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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시루]교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울시내 몇몇 국민학교에서 살인적인 3부제수업을 완화하기 위하여 기성회특별회비를 거두어서 교실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위당국에서는 그 방법에 이견을 달뿐만 아니라, 기성회규정에 위배 된다하여 당사자들에 대한 문책을 언명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부교재 팔기, 시험지대 걷기, 전입학금 받기 등등과는 판이한 문제차원에 속하는 일이다. 물론 교실짓기에도 부정이나 부패가 있다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는 한 이것은 행정규정을 빙자하여 위협조로 대할 문제가 아닌 것이 명백하며 어디까지나 현정상을 존중해서 취급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소위 3부제 수업의 독폐에 대한 우리들(행정당국과 시민)의 인식은 아직 거리가 멀다.
지금 시내에는 약 1천4백 학급의 3부제 학반이 있다. 이 3부제 어린이들은 하고 한날 학교에 왔다갔다 할뿐인 것이다. 제대로 교육받는 시간은 기껏해야 하루에 1백 20분 내외로서 그들은 그저 학습생활의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이다. 그 일례로 교사들은 일찌감치 등교한 열성적 어린이들이 소란을 떨며 사고를 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비좁은 교정의 이구석 저구석에 그들을 옹기종기 앉혀 놓고 관리(간호)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 같은 좋은 기후 밑에서라면 노천반 교실반이란 교육방식도 그리 해로운 것은 아닌성 싶다. 그러나 비바람 때나 눈바람 때를 생각할 때 이 반 학교방식은 곤란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 반 학교방식의 내용마저 실로 극한적인 악조건 밑에 영위되고 있는 판국이다. 3부제 학반의 수용인원은 대개 1백명 이상이다.(말하자면 4부제수업의 결과가 이것이다) 최고로는 1백15명 학반도 있다. 정규학급 아동수의 거의 배수이다. 참으로 [콩나물 시루 교실]이란 말조차 무색할 지경이다. 서울 시내 90여의 3부제 실시 국민학교의 약 13만 어린이들이야말로 교육위기의 화액가운데 방치된 가장 큰 피해자들이라 할 것이다.
지금 지도층에 있는 어떠한 인사도 이처럼 극악한 교실사정 밑에서 공부한 사람은 없을 것으로 추측되는 만큼 이 비극적인 사태에 대하여는 특히 경각성을 높여야만 문자의 중대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벌써부터 3만 교실짓기운동으로서 단기적금 장기상환의 1백20억원 적금운동을 제창한 바 있었고, 요즘은 2백명의 [무빙·클라스룸](움직이는 교실)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서는 교외에 2천개의 간이교실을 설비한 종합학습작학원의 창설을 주장한 바 있다.
이와같은 뜻 있는 일이 기성회 규정의 어떤 조항에 부합되지 않는다 하여 그것을 위법이라 하고, 또는 부정으로 취급하여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대체 어떠한 교육관이나 법 이론에서인가. 무상의무교육론에서나 또는 헌법준수론에서 그러는 것이라면 매우 가상한 일이다.
그러나 1백명이상을 수용해야하는 3부제 수업을 해소, 극복하기 위해서 학교장이나 교사들이 취할 수 있는 방도라고는 기성회 제도를 선용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는 최근의 잡부금 풍조를 묵인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것과 이것(교실증축)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주제 넘는 말일지 모르나 교실난 타개에 대한 교육자들의 열성적이며 창의적인 노력은 우리 모두가 가상하게 여기며 감사해야겠다.
시책을 결한 무상원칙론이란것은 [콩나물 교실]상태를 영속시키자는 살인적인 언사로밖에 통용되지 못한다할 것이다.
시민과 교육자의 교육건설에 대한 정열을 냉각시키는 행정론이나 법리론보다는 시민과 교육자들이 떳떳이 협력하여 교육위기를 극복하도록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교육평론가·한국교육시설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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