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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주차장 얌체주차 도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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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30일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상가 지하주차장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장애인 자동차표지를 부착하지 않은 승용차들이 주차돼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달 30일 오후 1시40분 대구시 수성구 D상가 지하주차장.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12개 주차면에 21소59××, 21모24××, 21노20×× 등 차량 8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들 중 3대는 벤츠 등 고급 외제차였다. 가까이 가 보니 차량 앞쪽에 붙어 있어야 할 장애인 자동차표지가 없다. 8대 모두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주차한 것이다. 이곳을 지나던 이모(42)씨는 “장애인 주차구역이 상가와 가깝다 보니 일반인이 대기 일쑤”라며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항상 이 모양”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차량을 대는 일반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30일 오후 대구의 주요 상업용 건물 주차장과 사설 주차장 등 4곳을 점검한 결과 전체 주차장에서 위반 차량이 발견됐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 함께 타지 않은 보호자 차량 등이 주차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쯤 중구의 H빌딩 지하 2층 장애인전용 주차구역(2면)에는 작업용 트럭이 서 있었다. 옆에는 알루미늄 봉 등 건물 내부 수리용 자재가 쌓여 있었다. 비슷한 시간 인근 J주차장 지하 1층 주차장에는 장애인 차량 주차면 6개 중 두 곳에 31주18××, 35소95×× 승용차 등 장애인 자동차표지가 없는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또 N건물 주차장에는 장애인 차량 옆 공간에 중복 주차를 한 것도 눈에 띄었다. 이 같은 현상은 아파트단지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위반자가 많은 것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상가 점포나 출입구와 가깝기 때문이다. 이곳에 주차하면 먼 곳에 세우고 걸어 가는 불편을 덜 수 있다. 주차공간이 넓어 차량을 대기가 쉽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주차면의 길이는 5m로 같지만 폭은 3.3m 이상으로 일반차량 주차면보다 1m가량 넓다. 장애인 김상근(53)씨는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자가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구·군청마다 이를 단속할 전담인력이 전혀 없다. 장애인시설 담당자 1명이 짬을 내 단속하는 것이 고작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단속 건수는 지난해 1554건에서 올해 7641건(9월 말 기준)으로 늘었다. 건수가 급증한 것은 시민 신고 때문이다. 특히 달서구에서 집중적으로 신고가 접수되면서 지난해 188건이던 단속 건수가 올해 3400건으로 늘었다. 달서구청 김영관 주무관은 “위반차량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 일부 주민이 스마트폰으로 찍어 계속 신고했다”며 “혼자 700여 곳을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는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소속 회원 10명을 유료 신고요원으로 위촉해 활용하고 있다. 위반차량의 사진을 찍어 구·군청에 신고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들이 대구시내 전역을 단속하기엔 한계가 있다.

 대구시 정남수 복지정책관은 “재정난으로 단속 전담인력을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주차장 관리자들을 교육해 이용자들이 위반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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