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테러사건 국회특위의 활동|흐지부지 1주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칭 정치「테러」폭파사건은 민중당의 원내복귀와 함께 정치문제로 표면화, 여·야총무단의 합의로 특위를 구성, 조사를 본격화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진전없이 원점을 맴돌고 있는 감이 짙다.
공화당 5, 민중당 3, 무소속 1명으로 짜여진 조사특위는 지난18일 위원장에 법조출신의 김봉환(공화)의원을, 간사에 이병희(공화), 박한상(민중)의원을 선출하고 이어 합동수사반의 이봉성 반장과 김일두 전반장 그리고 김국방·이광선 육군헌병감등을 불러 그간의 수사경위와 함께 군이 관련된 혐의가 짙은 이 사건에 대해 취한 군의 태도등을 따졌으며 지난 23일에는피의자 집과 사건현장등을 일일이 돌아보면서 관계자의 증언을 들었다.
『사건 자체가 복잡한 정치성을 띠고 있으며 피해자 조씨의 증언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이번 사건에서 진범이 쉽사리 잡히지 않으리라는 것은 처음부터 추측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이번 특위에서 마저 사건의 윤곽조차 잡아내지 못해서는 안되겠다』 는 것이 여·야간 조사위원 전원의 공통되는 심정- 그렇지만 현시점에서는 피해자인 변영권·조동화·유옥우씨 집의 중간되는 지점에「6·25용사회」란 육군방첩부대 소속 기관이 자리잡고 있어 합동수사반이 여기에 짙은 혐의를 두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국회의원 자신이 터득함으로써 군의 관련설에 대한 심증을 굳혔다는 것 정도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조사위의 활동은 그간 일선수사를 맡아온 합동수사반이 부딪쳤던「벽」인 우·김 두 사병의 귀국까지「일단정지」치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테러」피해자인 조동화 동아방송 제작과장이『보통키에 얼굴이 동글고 희며 건장한 학생「타입」의 범인이 사진으로 본 김병장과 비슷하다』고 증언한 점에 비추어 약속했던 대로 군이 이들의 소환으로써 수사에 협조해 줄 것인지가 특위의 활동을 판가름 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국방은 지난14일 국회본회의에서『파월중인 우·김 두사병을 가장 빠른 교통편으로 본국에 소환하여 즉시 피해자와 대질시킬 용의가 있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나도록 이들의 귀국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데 교통편이 없어서 못오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데려오지 않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지배적『언젠가 신상철 주월대사를 국방위가 불렀을 때는 이틀만에 도착했는데 사병들이라고 비행기는 못 태운다면 몰라도…』한 조사위원은 이러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현 시점에서의 문제는 이처럼 우하사와 김상병의 귀국으로 집약되고 있지만『이들이 돌아온 다음 가장 유명한 증인인 조씨가 범인과 전혀 다르다고 증언한다든지, 군이 고의적으로 모든 증거를 인멸한 다음 대질시킨다면…』이란 문제가 제기되고 보면, 아무도 뾰족한 대안을 마련치 못하고 있다. 또한 조사위원들이 어느 만큼 이 사건에 성의를 표시하고 있는가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당초 특위구성당시 공화당의원들은 서로 믿지 않으려 했다는 잡음도 있었으며 20일부터 기록검토에 들어 가겠다고 했지만 국회사무차장실에 보관중이던 기록을 본 사람은 김모·박모 의원 뿐이라는 말이 들려오는 실정.『하수인들이란 항상 불쌍한 것인데 그들을 잡아 무엇합니까. 학생「데모」를 전후하여 각종 수사기관이 어떻게 움직였으며 정치적으로 무엇을 했는가. 이번과 같은 사건에 왜, 어떤식으로 관련하는가 하는 점을 캐내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한 모 야당의원의 말처럼「정치적 꼬리」가 달린 사건은「정치적 꼬리」를 남긴 채 흐지부지될 염려가 없지 않은 것이다.「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은채」이전 사건도 야당에서 벼르는 대로 김국방 해임건의안이란「정치적 불발탄이」을 쏘아 올리는 정도로「영구미제」로 그치고 말 것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