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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 대웅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즘 도봉의 망월사에 가면, 큰 건축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망월사는 7세기 때부터 내려 오는 이름있는 고찰이기도 하지만 날로 늘어가는 등산객들에게는 다시없는 휴식소. 사시장철 솟는 차고 맑은 약수가 유명하고, 소탈한 인간미를 아낌없이 풍겨주는 주지가 더 유명하다. 전엔 그 절에 이르면 우선 그 약수로 목을 축이고 왼편으로 돌아 계단을 올라서 낡은 본당 건물로 갔다.
그러면 등산객들과 스님들이 그 널따란 마루에 줄지어 앉아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고 있고, 그 속에 끼여 있으면 육신의 피로며 세속의 번민을 일시 잊을 수 있었다. 꼭 천년전에 한번 중수가 있었고 그 후 수없이 흥폐를 거듭해서 그 건물의 연대를 알 수 없지만, 그 뒤꼍 암벽쪽으로 돌아가 보면, 한쪽 지붕은 내려 앉았고 기둥의 3분의1정도엔 기왓장조차 보이지 않는 엉성한 건물이었다.
어쩌다가 뒷 숲에서 야속한「비트」족이 틀어대는「트랜지스터」의 소음이라도 들려오면 이지러진 불도와 고적과 인생의 아쉬움이 한꺼번에 엄습해와서 뜻 있는 나그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하지만, 그런 대로 그 건물은 창연한 고색을 과시할 수 있었고,「워커 힐」이 아닌 망월사는 고색이 창연해서 두고두고 찾을 흥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젠 그 건물이 송두리째 없어졌다. 그 대신 그 자리엔- 수많은 석공들이 돌을 깎고 있고 벌써 새로 설 건물의 돌벽이 l「미터」이상이나 쌓아 올려졌다. 석조 대웅전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하고 큰 호기심을 품고 사찰의 근대화를 기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한국인의 사찰관에 대한 완전한 배신임에 틀림없다. 이젠 그 형적조차 찾을 수 없는 원래 건물은 분명히 수리와 개조의 손길을 해야 할 처지에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유서있는 고찰이기에, 또 천여년의 역사와 추억이 얽힌 문화재이기에, 손을 댄다면 그 원형을 충실히 보존하기 위한 수리와 개수에 그쳤어야 한다. 원형을 말살하고 그 자리에 석조대웅전을 세우는 것이 문화재의 보존은 고사하고 불도의 융성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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