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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장거리 로켓 대선 전후 발사 예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중국 대표단 만난 김정은 지난달 30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리젠궈(오른쪽 둘째)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과 만나 중국 측이 보낸 선물을 보고 있다. 이번 중국의 방북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된 가운데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리 부위원장이 북한 지도부에 미사일 발사 자제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북한은 1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했다. [AFP=연합뉴스]

대선 D-18일인 1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했다. 북한은 지난 4·11 총선 전에도 미사일 발사 예고 뒤 4월 13일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

북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높이 받들고 우리나라에서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올리게 된다. 오는 10일부터 22일 사이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으로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물론 연말 대선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대선이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치러지는 만큼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주는 ‘북풍(北風)’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는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북측 대변인은 “이번 위성 발사는 강성국가 건설을 다그치고 있는 우리 인민을 힘있게 고무하게 될 것이며 우리 공화국의 평화적 우주 이용 기술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발사 계획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는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 유엔 안보리가 의장 성명을 통해 ‘안보리 결의 1718 및 1874호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서 더 이상의 추가 도발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임을 경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북한이 재차 발사를 시도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대선일인 12월 19일 전후로 잡은 것은 한반도 불안을 조성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판단한다. 대선 결과를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박광온 선대위 대변인은 “우리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북한이 대선 국면에서 군사적·정치적 도발을 해선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며 “새누리당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빌미로 북풍을 조장하고 선거 국면에 이용하고 싶은 욕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양쪽의 캠프에선 북풍을 둘러싼 논란이 촉발됐다. 박근혜 후보 캠프 안보추진단장인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의 주장이다.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다. 천안함 폭침 때도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여당에 불리했다. 국민들은 전쟁이냐 평화냐는 논리에 빠져들고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전쟁이 난다는 식의 긴장감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 캠프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예전엔 북한이 도발하면 여당이 상당히 유리했다. 지금도 기본적으론 야당에 불리하지만 영향력의 정도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민의 학습효과가 상당해 과거의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은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한 직후 박근혜 후보에게 “앞으로 남북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는 공개 질문을 던졌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평통 서기국은 이날 7개 항의 ‘공개 질문장’에서 “최근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는 대북정책 공약에서 앞뒤가 맞지 않고 서로 모순되는 소리들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그러면서 “박근혜가 들고 나온 ‘선 핵포기론’은 이명박 역도의 ‘비핵·개방 3000’과 한 치도 다른 것이 없으며 그 연장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정치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서울대 강원택 정치학 교수는 “북한 변수는 일반적으로 보수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근혜 후보가 여성 후보이고, 여성은 안보에 취약하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 유권자도 꽤 많다. 박·문 두 후보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점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명지대 신율 정치학 교수는 “어떤 후보가 유리한지는 각 후보가 프레임을 어떻게 짜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평화 프레임이냐 안보 프레임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정치권의 치밀한 프레임 짜기와 수싸움이 벌어질 것이란 얘기다.

북풍 변수의 대표적 사례는 1996년 4월 총선 때였다. 북측은 총선 직전 중무장 병력 수백 명을 판문점 북측 지역에 투입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당시 신한국당, 국민회의, 민주당, 자민련 4파전 속에서 북풍은 유권자의 안정 심리를 자극해 집권 여당이던 신한국당이 139석을 얻어 거대 여당을 꾸렸다.

최상연 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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