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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클리닉] ‘루돌프 사슴 코’ 속앓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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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환자 중 대기업 임원 L씨(58)는 얼굴이 붉어지는 고민 때문에 진료실을 찾았다. 예전부터 술을 마실 때마다 얼굴이 빨개지곤 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항상 얼굴이 붉다. 특히 코를 중심으로 얼굴 중앙 부위가 빨개 낮술을 한 것으로 오해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L씨는 얼굴에 ‘주사’가 생긴 경우다. 주사는 안면홍조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증상이 악화돼 나타나는 질환으로, 피부 모세혈관이 확장해 얼굴 중앙 부위가 붉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얼핏 보면 안면홍조와 주사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안면홍조는 사소한 감정의 변화나 온도 차이에 따라 얼굴이 붉어지지만, 주사는 감정이나 온도 변화에 상관없이 얼굴이 항상 붉어져 있다.

주사의 시작 단계인 안면홍조는 주로 여성에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피지의 과다 분비로 인한 홍조의 경우 남성에게서도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남성이 여성보다 유분이 많은 피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지란 피부샘에서 나오는 액상의 지방을 말하는데, 평소엔 피부 표면의 건조를 방지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모공 확장과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 주범이 된다.

피지로 인해 홍조가 발생했다면,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관리해야 모공 확장과 여드름이 악화되는 걸 막을 수 있고, 주사로 이어지는 증상도 예방할 수 있다.
안면홍조 관리의 첫 단계는 자외선 차단제를 챙겨 바르는 일이다. 피지 분비가 왕성한 남성의 경우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통 자외선 차단제는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번들거리는 피부 위에 기름진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기가 꺼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않아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안면홍조는 물론 피부 노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시중에 유분 함량이 적고 산뜻한 타입의 남성용 자외선 차단제가 나와 있으니 구입해 바르기를 권한다. 이 외에도 사우나, 찜질방 출입을 자제하고 세안제와 비누는 자극이 적은 순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홍조가 심하거나 주사인 경우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피부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법 중 하나가 ‘홍반유도 퍼펙타’ 치료다. 일반적으로 홍조 치료에 사용되는 레이저는 붉은색의 혈관에 반응하는데, 진료 시간이 지속되면서 붉은기가 사라져 버리면 레이저 투입이 어려워 치료효과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홍반유도 퍼펙타 치료는 홍반유도제를 도포해 의도적으로 붉은 기를 유도한 후 레이저를 조사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레이저 투입률이 높아 효과가 좋다. 높아진 효율 때문에 낮은 에너지로도 치료가 가능해 색소침착이나 흉터 등의 부작용도 거의 없다. 시술 시간이 짧고, 시술 후 멍이나 부기가 남는 후유증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강진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강진문(46) 분당 차병원 교수 역임. 화상흉터 치료법인 ‘핀홀법’을 개발하여 화상환자 치료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저서 .메디칼 바디 케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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