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선원 4명 582일 만에 석방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99호 01면

1일 풀려난 한국인 선원 4명이 강감찬함에 무사히 승선한 뒤 석방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외교통상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싱가포르 선적 제미니(Gemini)호에 탔던 한국인 선원 4명이 1일 극적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4월 30일 피랍 이후 582일 만이며, 지난해 11월 30일 석방 와중에 재차 억류된 지 꼭 1년 만이다. 싱가포르 선사가 해적들과 벌여온 몸값 절충 협상이 최근 급진전되면서 석방 임박 소식이 나온 지 불과 열흘 만이다.

제미니호 소속…몸값 협상 타결 후 청해부대 인계

외교통상부는 1일 오후 5시55분쯤(현지시간 오전 11시55분, 이하 한국 시간) 선장 박현열(57)씨 등 4명이 석방돼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 소속 강감찬함에 무사히 승선했다고 밝혔다. 풀려난 선원은 박 선장 외에 기관장 김형언(57), 1등 항해사 이건일(63), 기관사 이상훈(58)씨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석방 과정에서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넘쳤다. 지난해 11월 해적들이 몸값만 챙기고 한국 선원 4명을 풀어주지 않았던 전력이 있어 이번에도 막판에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도 해적들은 오후 3시쯤 소말리아 동부 해안에서 현지 보안업체 측에 선원 3명을 먼저 인도하고, 두 시간 시차를 두고 오후 5시쯤 나머지 한 명을 늦게 풀어줬다. 선원들은 앞서 소말리아 동부 해안에서 20여㎞ 떨어진 내륙의 해적 근거지에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적들은 또 당초 약속했던 위치보다 수백m 북쪽에서 선원들을 풀어줬다.

당초 정부는 케냐 소속 구조 선박을 통해 소말리아 동해 30여㎞ 해상에 대기 중이던 강감찬함으로 이동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2∼4m의 높은 파도가 치면서 강감찬함에 탑재된 링스 헬기가 직접 출동해 선원들을 이송했다.

외교 소식통은 “오후 5시55분쯤 4명의 선원이 모두 강감찬함에 무사히 도착했다”며 “소말리아 인근 국가의 우리 대사관이 신원들을 인계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선원들은 건강진단과 필요한 행정 절차를 마치는 대로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항공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12월 5∼6일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석방 소식에 누구보다 애태웠던 선원 가족들은 환호했다. 박현열 선장의 여동생 박현애(부산 거주)씨는 “오빠가 소말리아 해역에서 인근 케냐로 이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다른 피랍자 가족들도 모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미니호 선원 송출업체 관계자는 “장기간 인내해준 선원과 가족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