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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학교 폐쇄…한인 노인들 갈 곳이 없다

미주중앙

입력

캘리포니아 노인재단 조칠현(가운데) 이사장이 29일 오후 2시 가든스위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인학교 폐쇄에 따른 한인노인들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LA통합교육구의 예산삭감으로 성인교육학교들이 폐쇄된 이후 한인 노인 수강생의 다수가 갈 곳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구의 지원을 받아 영어 컴퓨터 교실 등을 무료 또는 실비 수준에서 운영하는 성인교육학교는 한인 노인들에게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기관으로서는 물론 딱히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이들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수행해왔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삭감된 예산안이 통과돼 성인교육학교들이 문을 닫자 1000여 명의 한인들이 정든 배움터를 잃게 된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성인교육학교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국교육원 평안교회 구세군 교회 캘리포니아 시니어교육센터 등을 찾아 월 30달러를 내고 수강하고 있다. 성인교육학교에서 근무했던 교사들이 사회봉사 차원에서 수업을 맡아 운영중인 이들 기관에 보금자리를 튼 한인은 약 300명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700여 명의 한인 노인들은 여전히 갈 곳이 없다. 이들 중 상당수는 차량이 없어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웰페어에 의존해 생활하는 노인 가운데엔 월 30달러의 지출도 부담이 되는 이가 많다. 타운 내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이나 마켓 등지에 모여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긴 하지만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엔 역부족인 것.

성인교육학교를 찾는 재미를 잃어버린 한인들의 바람은 교육구가 성인교육학교를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없이 공부하며 친구도 사귀고 싶다는 소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한국교육원의 클래스가 내년부터 확대될 전망이고 캘리포니아 노인재단 역시 내년 5월 1일부터 영어 기초 및 회화 컴퓨터 강좌 등을 무료로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교육원은 서예 한국화 노래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 1월부터 수강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 노인재단 조칠현 이사장은 "이민사회의 특성상 편하게 친구를 사귈 수 있고 또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를 주던 곳이 성인교육학교의 큰 역할"이라며 "학교 폐쇄 후 노인들이 다른 기관에서 돈을 내고 수업을 받지만 경제 교통 문화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무료 강좌 마련의 배경을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현재 80여 수강생이 수업을 듣고 있으나 숫자가 늘 것을 대비해 좀 더 큰 곳으로 학교를 옮기려 한다"며 "앞으로는 교양과 건강관리 국제정세 일반상식 등에 대한 강좌도 마련해 노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백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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