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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보인 대영제국 외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대통령의 새해 총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정일권 총리로 하여금 대독케 한 것은 19일 국회서 야당의원들의 적지 않은 시빗거리-. 정총리는 이날 본회의서 96「페이지」에 달하는 시정연설을 45분간에 걸쳐 약간 쉰 목소리로 끝마치고 하단하자, 민중당의 유진산의원은『아무런 이유 없이 총리가 대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고 단하에서 한마디-.
이효상 의장은『국무총리가 대독하겠다고 사회했으니 그것으로 족하지 않소』라고 해명하자, 또다시 유의원은『의장은 행정부를 대변하는 의장이 아니예요. 총리가 직접 말씀하시오』라고 따끔하게 반격했고 잇따라 야당의석에서 이 소리 저 소리-.
야당의원들의 성화에 못견뎌 정총리가 등단『죄송합니다. 제가 아까 올라오지 못한 사유는 독감이 걸려 열이 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각하도 기후가 좋지 못하여 건강이 나빠 제가 대독하게된 겁니다』고 언짢은 표정. 그런데 박대통령은 이날 같은 시각에 자동차편으로 김포일대의 농촌을 시찰하고 있었다.
탈당성명을 낸 강경파 의원들은 18일에야 윤보선씨로부터 원내에 복귀하라는 승낙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윤제술씨의 공이 컸다는 것. 탈당성명파 12명은 원내복귀 시기에 대한 의견조정에 실패하고, 즉각 복귀파들은 20일에 복귀할 결심을 하는등 분열의 위기에 부딪치자 18일 안국동으로 윤보선씨를 찾아 갔다고.
이 자리에서 윤제술씨는『어차피 온건파의 원내복귀 단행으로 일당국회의 한·일 협정비준동의를 무효화 하기 위한 의원직사퇴가 의미가 없어졌으니 들어가도록 하자』고 얘기했다. 그러나 서민호씨는『당신네들이 신당을 도우려면 매국 국회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옳다』고 원내 복귀에 반대하여 크게 대립했는데 윤제술씨의『행동통일을 위해서는 원내로 복귀시키는 것이 현명하다』는 설득이 주효, 윤보선씨도 이에 동조하게 되었다는 것.
「마이클·스튜어트」영국외상은 이번 방한에서 능란한 화술과 세련된 외교솜씨로 대영제국의 외상으로서의 관록을 남김 없이 과시했는데 그 대표적인 걸작은 그와 그의 수행원들의 일사불란한 발언.
이들은 방한에 앞서 상세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관계「팜플렛」을 발행, 방한에서 대두될 문제점을 정리하고 이를 문답형식으로 치밀한 사전준비를 해왔다고. 한국정부가「슈트어트」외상과의 회담에서 제기한「유엔」문제와 통한문제, 월남문제, 면직물 대영수출확대, 한·일 관계등을 항목별로 일목요연하게 미리 모범 답안(?)을 작성,「이동원·스튜어트」회담에서나 실무자급 회담에서 이 문제가 튀어나오면 미리 준비한「팜플렛」의「페이지」를 넘겨 그 답을 찾은 다음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는데「스」외상의 말이나 수행원들의 말이 똑 같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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