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 환생한 중세기사 '저스트 비지팅'

중앙일보

입력

'레옹' (1994) 의 장 르노가 철저하게 망가졌다. 한치의 빈틈도 없던 고독한 킬러가 1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돌변했다. 꼬마 소녀 마틸다의 재롱 앞에서 순간순간 멍청한 표정을 지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저스트 비지팅' 의 그를 어느 정도 용서할 여지도 있다.

'저스트 비지팅' 은 93년 프랑스 개봉 당시 1억달러를 벌이들인 흥행작 '비지터' 를 할리우드판으로 각색한 영화. '비지터' 는 프랑스에선 대히트를 기록했으나 막상 미국으로 건너가선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엔 전작에서 유쾌한 발상만 빌려오고 미국식으로 완전히 의상을 바꿔입혔다.

웃음의 강도를 높이고 할리우드의 전매특허인 특수효과의 덕을 톡톡히 본 까닭에 웬만한 실사 촬영에선 구현하기 어려운 영상을 따라가는 즐거움은 있으나, 그 이상의 톡 쏘아주는 무엇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것 같다.

12세기 영국. 약혼녀 줄리아(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와 결혼식을 올리려던 기사 티보(장 르노) 는 줄리아를 차지하려는 한 백작의 계략으로 마법에 빠져 그녀를 죽이고 만다. 티보는 다른 마법사의 도움으로 사건이 발생하기 전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마법사의 실수로 그만 21세기 미국 시카고의 한복판에 떨어져 버린다.

영화는 이후 티보와 그의 충실한 시종이 시카고에서 겪는 에피소드로 엮어진다. 간혹 중세와 오늘을 비교하며 인권문제 등을 건드리지만 어디까지나 양념. 현대의 각종 문물, 혹은 생활습관에 적응하지 못하는 티보의 좌충우돌 폭소극이 중심이다.

'부시맨' 이나 '크로커다일 던디' 의 확대 개봉판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 장 마리 프와레 감독. 15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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