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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일가 몰살을 기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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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두천=본사 주섭일·이종완·의정부주재김석연기자】13일 새벽 1시15분쯤 동두천 신흥고등학교 장모(19)군이 채무자 강준희(30·경기도 동두읍 생연2리 690)씨 집에 잠입, 미제 과도로 강씨의 가슴, 배 등 20개 처를 찔러 죽이고 강씨의 어머니 이점주(54)와 이씨의 외손자 해남(9·송례 국민학교 2년)군을 찔러 중상을 입힌 가족몰살 기도사건이 일어났다.
장군은 어머니 양처례(43·생연2리 5방15호)씨가 강씨에게 빌려준 12만원을 받지 못한데다 자기마저 6년동안 배달해 오던 모신문의 보증금 관계로 해임된 것을 비관하고 지난9월 23일 자살한데 충격을 받고 이날 범행을 저질렀다.
장군은 범행직후 동두천지서에 자수-. 중상을 입은 이 여인과 해남군은 서울 수도의대병원에 이송,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12년 전 지리산 공비토벌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외롭게 자라온 장군은 강씨 집안이 『어머니를 죽게 한 원수이며, 대학진학도 못하게 한 나의 원수』라고 단정, 새벽 1시쯤 강씨의 셋방에 미리 준비한 과도를 들고 숨어 들어갔다.
작은방에 가득 잠든 사람들속에 간신히 강씨를 찾아 먼저 가슴을 찌르고 다음엔 넋이 나간듯 마구 과도를 휘둘러 고함치며 달아나는 강씨의 어머니 이씨를 잡고 다시 난도질, 놀라 잠깬 해남군의 다리를 찌르곤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경찰에 자수했다.
수없이 칼에 맞은 강씨는 집 앞길에 쓰러져 곧 서울 수도의대 부속병원에 옮겨졌으나 13일 새벽 3시쯤 절명, 이씨와 해남군 역시 동 병원서 응급치료를 받았는데 이씨는 중태에 빠져 있다.
장군의 모친은 3년 전부터 피해자인 강씨에게 수차에 걸쳐 도합 l2만원을 빌려주었는데 그후 강씨 측이 채무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생활고로 어머니가 자살, 자기가 그동안 신문배달로 벌었던 돈도 이 빚 때문에 없어지게 되어 배달도 못하게 되고 유일한 희망인 대학진학도 막히게 되자 어머니가 죽은 다음날인 지난 9월23일 낮1시쯤 피해자 강씨와 큰 싸움을 벌였었다.
이때 강씨는 10월12일에는 틀림없이 갚겠다는 약속을 했었으나 결국 12일에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자 13일 새벽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장군은 울먹이면서 범행동기를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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