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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값에 놀라고 서비스에 감동 받고 … 한번 오면 단골손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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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단골손님으로 북적이는 동네 미용실이 있다. 작은 내부공간, 볼품없는 간판이지만 손님들은 때만 되면 늘 이곳을 찾는다. 28일 오후 천안시 쌍용동 나사렛대학교 후문 골목에 자리한 미(美)헤어숍. 손님이 앉을 의자 3개와 대기 손님을 위해 마련한 작은 소파가 이 가게의 전부다. 선반 곳곳에 작은 화분 예닐곱 개를 배치한 점이 그나마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소박한 공간. 서숙자(48) 원장은 8년 전 현재의 미용실을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미용실을 찾는 이는 전무했다. 전 주인이 개인 사정으로 자주 문을 닫는 데다 손님들이 큰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서숙자 원장은 자신과 같은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8년 전보다 가격을 낮추는 등 지역물가 안정에 동참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아침부터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무더운 여름에 문을 열게 된 서 원장은 그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파리만 날아 다니고 무더위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은 없고, 손님이 없으니 에어컨은 틀지도 못하고, 막막했지만 어디서 그런 마음이 생겼는지 자신감만큼은 넘쳤어요. ‘남들보다 노력하면 못할 것이 없다. 아무것도 없는 밑바탕에 무언가를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오히려 힘이 나더라고요”

겉보기에 볼품없는 작은 미용실이지만 서 원장은 동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용실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서 원장은 그날 이후로 남들보다 일찍 문을 열고 늦게 닫기로 마음 먹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전 8시면 어김 없이 문을 열었고 손님이 없어도 밤 12시까지 가게 불을 밝혔다. 주말과 휴일은 물론 휴가철에도 문을 닫지 않았다. 사정이 있어 문을 걸어 잠그고 싶어도 불편해 할 고객들을 생각하니 차마 문 닫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서 원장은 출근 전이나 점심시간이면 남편과 함께 할인쿠폰이 새겨진 광고지를 동네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우연히 가게를 찾은 손님과 광고지를 들고 할인을 받으러 온 손님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고 가게는 얼마 안돼 북적이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에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 한참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한 번 찾은 손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찾는 단골이 됐다.

미(美)헤어숍을 찾은 손님은 가격에 놀라고 서 원장의 서비스에 감동을 받게 된다. 커트 5000원, 파마를 하거나 염색을 해도 2만원을 넘지 않는다. 고가의 매직파마나 디지털파마를 해도 3만원을 넘지 않는다. 주변에 있는 유명 체인형 미용실에 비해 절반 가격도 되지 않는다. 서 원장은 8전 전에 비해 커트(7000원에서 5000원)와 파마(2만5000원에서 1만9000원)가격을 오히려 더 낮췄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질 낮은 제품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13년간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정한 자신만의 철칙이다.

서 원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해 왔다. 동네 미용실이지만 고객이 느끼는 만족감은 고급 미용실 못지 않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급 제품을 이용한 헤어 서비스와 저렴한 가격에도 자신의 스타일에 만족 못하는 고객들은 무료로 다시 디자인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기다리는 손님이 있더라도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이 최우선이었다. 동네 미용실이지만 최상의 제품으로 서비스를 받아본 주부에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마음껏 멋을 내고 싶은 대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 몰리면서 일반 동네 미용실에서는 보기 힘들게 연령층이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해졌다.

“공간이 좁기는 하지만 오후에는 주부들의 사랑방이 되고 점심때나 저녁에는 학생들의 수다가 넘쳐나는 미용실이 바로 이곳에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도 많아졌고 단골손님만 해도 100명이 넘어 관리가 안될 정도로 바쁘게 살지만 더 잘해주지 못해 손님들에게 항상 죄송한 마음뿐이에요.” 단골들이 서 원장을 고집하는 이유가 또 있다. 서 원장의 가위질 솜씨가 이미 손님들로부터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서 원장은 20대부터 30대 중반까지 18년간 의류매장과 음식점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은 수익을 올렸지만 만족감은 느끼지 못했다. 어느 날 지인의 권유로 미용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미용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고 단기간에 미용사자격증을 취득한 후 직원을 고용해 미용실을 차렸다. 하지만 누구보다 청결하고 친절해야 할 직원들이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행동이 불성실했고 ‘손님이 아무리 많아도 직원을 두지 않고 양해를 구하더라도 직접 머리를 손질해 주겠다’는 결심을 굳힌 뒤 과감히 문을 닫았다. 서 원장의 이 같은 고객 서비스 마인드에 매료된 지인들이 자신의 미용실 직원 관리를 부탁할 정도로 미용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인재가 됐다.

서 원장은 ‘착한가격’뿐만 아니라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작은 봉사활동에 동참한다. 복지할인카드 가맹업소, 나눔실천 모범 지정 업소로 장애인이나 저소득 가정이 찾아오더라도 가격과는 상관 없이 마음 편히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서 원장은 “개성도 강하고 각자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단 한 명의 고객도 소홀하지 않게 대하려고 노력해 왔는데 고객들이 나의 진심을 알아 준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웃었다. 4년째 미용실을 이용하는 김희경(40)씨는 “친절과 가격뿐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열정이 남다르다”며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이 찾아와도 늘 한결같은 자세로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진정한 착한가격업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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