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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여성을 위한 이야기- <하종하> 미술의 장|보다 아름다운 여성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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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훌륭하게 아름다운 것은, 조화된 비율을 깨뜨려 버리는 또 다른 비례가 있다. 「허버트·리드」
정성을 깃들인 것은 사람의 마음을 백 번 사로잡게 마련이다.
우리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 중에는 「이쁜 것」과 「잘생긴 것」이 있다. 솜씨 좋은 공장의 손으로 되어진 화각상자나 맑게 닦아진 조용한 옥비녀, 옥가락지, 한 바늘 한 바늘 마음을 수놓은 베갯모- 이것들은 모두 예쁜 것에 속한다.
불란서의 「로코코」 미술품이나 「유카탄」 반도 「멕시코」에서 볼 수 있는 「마야」의 민예품들이 또 그러하다.
정돈되고 균형 잡힌 정묘한 예쁜 것은 인간이 삶을 이어오는 동안에 닦고 깎아지고 다듬어서 이루어진 것이다.
추사 대필 병풍을 펼쳐 놓고 예쁘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며, 이조백자 항아리를 보고 못생겼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석굴의 암석불상이 그러하고, 「부르델」의 조각이 또 그러하다.
굵직하고 담담하며, 원만하면서 세심한 것이 겉으로 내밀지 않는 이것은 모두 사람의 마음에 밀고 드는 감동이 있는 잘생긴 것에 속한다.
예쁘기도 하며 잘생긴 것을 겸하여 지닌 것이 또 있다.
물이 흐르듯 유창한 선과 안으로 스며드는 신비롭기까지 한 고려청자가 있고, 기기묘묘하면서도 웅장한 금강산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예쁜 것과 잘생긴 것을 달리하듯이 미와 예술도 구분되는 것이다.
때로 우리들은 미와 예술을 혼돈하여 생각하키가 쉽다.
미의 정의는 사람에게 있어서 오관의 지각의 통일이며 조화인 것이다. 이것은 일찌기 희랍의 문화에서 그 정화를 보았고, 역사가 변천하면서 인간의 미감각도 불확정하게 변화되어 온 것이다.
이와는 달리 예술은 직관이며 자연의 이상화와 또한 인간의 이상화이기도 한 것이다.
즉 예술은 예술가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한 이상의 결정인 것이며, 특정된 형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예술일 수 없다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예술은 조형의 의사인 것이다.
근대미술운동(인상파)은 이 미와 예술의 한계를 더욱 분명히 했다.
사실주의 미술이 그 특정된 형식으로 하여금 그 시대의 작품은 한결같이 유사한 그림이라는 데에 주목해야 할 것이며, 이 개성의 억압에서 분출구를 찾은 것이 바로 근대 미술운동인 것이다.
근대미술은 난해하다고 한다. 난해한 그림은 근대미술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근대미술 운동의 저류인 개성의 개방은 곧 그 사람의 조형언어를 찾게 하였고, 사실주의 미술은 그 지정된 형식 바로 그것이 조형언어로서 사용되었다.
오늘의 미술이 난해하다면 이 조형언어의 다양성에 연유한 것이다.
인류는 그 삶과 더불어 무한히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어 왔다.
시대역사의 변천에 따라 그 양식이 변화하였고, 그 내용을 달리 했다.
그러나 오늘에 있어서 인간이 찾고자 하는 것은, 어떠한 양식도 아니며 내용도 아닌 바로 있는 그대로의 의미인 것이다.
「그림을 읽는다」 이 말은 「파리」의 미술평론가들이 즐겨서 쓰는 말이다.
미술은 그리던 눈으로 보는 것으로, 지금은 읽는 것으로 옮겨온 것이다.
보다 아름다운 여성은 있는 그 대로의 모습이다
현대미술은 있는 그 대로의 의미를 표현하고자 하고 있다.<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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