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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방에서 맞는 국군의 날|텍사스의 한국군 소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텍사스」의 서쪽끝 「포트·블리스」는 미 육군의 대공방위 「센터」이다.
「멕시코」국경에 위치한 이곳은 「로키트」전문가 「본·브라운」박사가 제2차 대전 이후 5년간연구한 곳으로 미 육군 「미사일」의 본거지이며, 또 자유세계 전체의 대공방위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다른 군사훈련소처럼 자유세계 여러나라의 장병들이 이곳에 모여 「허큐리스·미사일」과 「호크·미사일」에 관한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주로 「나토」와 「시토」가맹국으로부터 온 군인과 한국 일본등 미국과 개별적인 방위조약을 맺고있는 나라의 군인들이 모였는데 많을 땐 50개국, 적어도 15개국의 군인들이 한자리에서 총칼 아닌 두뇌의 싸움을 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한국군은 매우 학과성적이 뛰어난다고 알려져 있었다. 어느 장교는 『한국군이 만일 영어만 통달해있으면 언제나 최고성적을 낼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군은 언어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전체에서 평균성적이 독일군 다음을 달린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다른 나라의 군인들과 비겨서 특히 축구와 배구에 우수한 기술을 보여준다고 했다.
지난 7월27일에도 배구에서 독일군과 일본군을 물리치고 9월 중순까지 계속되는 「리그」전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고 있었다. 한국군사병숙소는 일본군(일본자위대) 사병숙소와 같은 건물을 나누어 쓰고 있었다.
3층 건물을 반쪽씩 차지하고 있는 이들 두 나라의 군인들은 그러나 기름과 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조금도 어울려 보려고 하지 않았다. 『왜 그런지 일본인들에겐 정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장병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미국을 방문하는 대개의 한국인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이곳에 있는 한국군인들도 『내 나라가 얼마나 가난하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모두가 눈물겹도록 돈을 절약한다고 이야기했다. 장교 1백80불, 사병 45불의 월급에서 불과 몇 불만을 떼어 내의를 사 입거나 주말에 맥줏잔을 나누기가 고작이며 조금이라도 덜 쓰고 아껴서 잘 살아보려고 힘을 기른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처럼 아끼는 돈도 「한국」이라는 두 글자의 명예를 위해선 기꺼이 쓸 수 있는 마음을 기르고 있었다. 1년에 한번씩 있는 국제친선주간에는 장교들이 월급주머니를 털어 한국 음식을 장만하고 한국의 노래와 춤을 보여주는 연예회도 연다. 미국인 가정에 초대를 받을 땐 조금이라도 한국을 더 알려주려고 무엇인가 선물을 가져간다. 이 선물은 대개 본국의 가족에게 편지해서 보내 온 한국의 자개·놋그릇·인형·족자 등이다.
미국에서는 미국에 교육을 받으러 온 외국의 군인 또는 기타에서 찾아온 국회의원 언론인 학생 등을 가까이 하기 위해 국무성에서 주동이 되어가 「가정초대계획」을 잘 진행하고 있다. 여기엔 생활에 여유 있는 중류가정들이 적극 호응하는데 그들은 외국인을 초대하는데 자비를 쓰고 있다. 그래서 한국군인들이 초대받는 것도 이러한 「가정초대계획」의 테두리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회는 한국군에게 있어서 수동적으로나마 좋은 국민외교의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런 기회는 우리나라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가난한 우리 정부에 의존할 수 없으니 각자의 능력과 성심껏 자비로 국민외교를 펴는 것이 국민된 자의 의무이지요』라고 단장 이태영 중령은 공식외교사절처럼 말했다.[주미특파원 임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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