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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관련업체 밀집 송탄공장을 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장비인 식각기(에쳐)등을 만드는 평택 송탄공단 ㈜IPS 생산라인. 3명의 직원이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 보며 장비 테스트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일거리는 지난해에 비해 턱없이 준 상태.

지난해엔 7~8대의 장비가 라인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엔 물량이 절반 이상 줄어 라인 여기저기에 빈 공간이 많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하이닉스반도체의 발주 물량이 거의 없는데다 삼성전자마저 시설 투자를 줄여 올 매출액은 지난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 라고 밝혔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올 시설투자 규모를 크게 줄임에 따라 반도체 장비 및 각종 원자재 공급업체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두 차례에 걸쳐 시설투자비 2조2천억원을 삭감, 이들 업체의 속앓이는 갈수록 더해 가고 있다.

10여개의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몰려 있는 평택 송탄공단내 피에스케이테크는 이달부터 공장 가동을 거의 중지한 상태다.

웨이퍼에 붙은 이물질을 없애는 감광액제거기(에셔)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이미 수주받은 물량을 모두 공급했지만 더 이상 일감이 없어 고민이 태산같다.

회사측은 "생산이 없는 기간 동안 연구개발에 치중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좀 더 지속된다면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이닉스에만 장비를 공급해 온 회사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웨이퍼에 화학물질을 입히는 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아펙스의 경우 지난해 하이닉스에 두 대를 공급한 이후 올해는 일감이 바닥났다.

"하이닉스에 올해 3~5대를 공급하기로 돼 있었는데 전면 백지화됐다" 며 "삼성전자 등과 협의를 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란 쉽지 않다" 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외국계회사도 마찬가지다. 50억~60억원대의 고가장비인 이온주입기 시장의 80%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베리안은 본사 수입물량 이외에도 매년 7~8대를 한국에서 제작해 왔지만 올해는 물량이 3분의 1로 줄어 자체 생산은 중단했다. 이에 따라 송탄공단 내 이 회사 공장은 운송장비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을 뿐 썰렁하기만 했다.

반도체업체들의 시설투자 축소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관련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주성엔지니어링.케이씨텍 등 선발업체들의 경우 일찍부터 해외진출을 시도, 최근 수출물량을 늘리고 있다.

IPS의 경우 해외업체와 제휴해 판매대행방식으로 수출을 모색하고, 피에스케이테크도 올 초부터 수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계약 단계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진영훈 연구원은 "하이닉스반도체의 회생작업이 늦어지거나 자금지원이 중단될 경우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중복된 1백50여개 관련 장비업체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돼 자칫 반도체산업 전체가 위기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고 지적했다.

송탄=김준현 기자 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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