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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정당 잇단 헛발질에도 지지율 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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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2월 16일 총선을 앞둔 일본에서 우익 정당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황당한 우익 공약이 역풍을 맞고, 막말 파문이 확산돼도 끄떡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자민당, 이시하라 신타로와 하시모토 도루가 이끄는 일본유신회의 강세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6일 아사히(朝日)신문 조사에서 ‘당장 투표할 경우 어느 당을 찍겠느냐”는 질문에 자민당 23%, 민주당 13%, 일본유신회는 9%를 기록했다. 한 주 전보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조금 상승했고, 민주당은 하락한 것이다. 요미우리(讀賣) 조사에선 일본유신회(14%)가 민주당(10%)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27일 “자민당의 1위가 유력하며, 일본유신회가 비례대표(전체 480석 중 180석)에서 민주당을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지난주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엔 악재투성이였다.

 먼저 아베의 공약이 강한 역풍을 맞았다. 특히 ‘무제한적 금융완화’ 공약은 일주일 내내 ‘비현실적’이란 비난에 시달렸고, 결국 우리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게이단렌(經團連)의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회장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26일 건설 국채를 일본은행이 사들이도록 하겠다는 아베의 정책을 “무데뽀(無<9244>砲·무모하다)” “세계 각국에서 금지돼 있는 수단으로 일본 국채의 신용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와 게이단렌은 민주당보다 자민당과의 정책 협의를 우선시할 정도로 아베에게 친밀감을 드러내왔기 때문에 그의 비판은 이례적이었다.

 “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엔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도 날리겠다는 것이냐”(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비판이 쇄도했다. 심지어 자민당 내부와 제휴 파트너인 공명당에서도 반발이 쏟아졌다. 또 최근 TV에 출연한 아베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의 날’을 국가행사로 격상한다는데 휴일로 하겠다는 거냐”는 질문을 받은 뒤 “그건 앞으로 생각해보겠다”며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엉뚱한 얘기를 해 빈축을 샀다.

 이시하라와 하시모토 극우 투톱이 이끄는 일본유신회도 마찬가지다. 급하게 합당하느라 억지로 꿰맞춘 모호한 공약이 비판을 받더니 이번엔 막말 사고까지 터졌다. 하시모토는 23일 ‘다함께당’과의 연대가 난항을 겪자 “양당 간의 선거구 조정은 막판엔 잔켄(가위바위보)으로 결정해도 좋다”고 했다. 정계를 경악하게 한 이 표현에 민주당에선 “정책은 짬뽕, 후보자는 잔켄”(오카다 가쓰야 부총리)이란 비아냥이 나왔다.

 이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우익 정당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건 상대적으로 왼쪽에 서 있는 집권 민주당의 인기가 워낙 바닥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각인된 무능 이미지 때문에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자민과 민주, 일본유신회의 3파전이 선명한 가운데 제4세력이 ‘반원전’을 기치로 신당을 출범시켰다. 가다 유키코(嘉田由紀子) 시가(滋賀)현 지사가 당수를 맡게 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금 부족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국민생활이 제일당’ 대표 오자와 이치로가 막후에서 출범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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