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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폭파사건|대통령까지 개입해서 풀린 경찰의 수사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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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언론 및 야당 정치인에 대한 사형 및 폭파사건 수사는 지난 24일의 박대통령의 재사 지시로 급진전될 계기를 붙잡은 셈이다. 사건의 발생 후 근 3주 당국은 경찰에서 군으로 사건수사를 이첩했을 뿐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아내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 국민의 의혹만을 더 깊게 하는 결과를 빚어냈다.
더구나 여·야 각 당이 이 사건을 중대시, 관계장관 들에 대한 폭 넓은 문책은 물론 강력한 수사기구구성을 촉구하고 나서자 박대통령으로서도 더 이상 내각에만 미루어 둘 수 없는 판국까지 이르렀다.
사건 자체가 근래 보기 드문 연속「테러」사건인데다 여론마저 악화하자 박대통령은 23일 하오 국무총리실에서 정 총리, 이 청와대비서실장 등과 3자 회담을 열고 ①검·군·경 합동 수사반을 구성하여 강력 수사에 나서고 ②양 내무부장관에 대한 사표는 일단 반환하는 조처를 내리게 된 것이다.
박대통령이 이 사건에 개입한 것은 여·야 각 당의 압력에도 원인이 있었겠지만 양 내무부장관의 사표로 표면화된 군 수사 기관과 경찰간의 알력을 조정해야겠다는 게 보다 큰 작용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군 특무기관 현역상사와 문관 등이 경찰 수사선상에 떠오르면서부터 시작된 군 당국과 경찰의 미묘해진 관계는 군 당국이 경찰의 수사 내용을 공박하는데 까지 발전했고 수사가 군에 이첩된 후에는 경찰의 수사가 백지화되는 방향으로 유도되어 경찰 책임자인 양 내무부장관이 아주 난처한 입장에 말려들었다.
양 내무부장관은 21일 저녁 대구에서 박대통령에게보다 『고차적인 결정을 내려주지 않으면 자리를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고충을 털어놓게끔 되었다.
양 내무의 얘기를 들은 박대통령은『서울에 올라가서 정확한 보고를 듣고 해결해 줄 테니 그냥 돌아가라」고 가볍게 사의를 물리치긴 했으나 사건을 내각에 방임만 하다간 정부 내에 반목만을 격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합동 수사반 구성을 강력 지시했다는 뒷 얘기다.
여기서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것은 사건에 대한 검찰의 태도다.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경찰조사를 지휘하는 게 상식이겠는데 일체 개입하기를 꺼려했다는 점이다. 사건 자체가 다분히 정치적인 색채를 띤 것이긴 하지만 시종 방관자의 위치를 고수해 온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였다는 공론이다.
이래서 박대통령은 검찰까지를 사건 수사에 「코미트」시켜 합동 수사반을 구성키에 이른 것이다. 합동수사반의 수사활동이 실효를 거둘 것 인지의 여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특별기구를 구성했다는 그것만으로도 미궁에 빠진 사건수사가 급진전될 소지는 일단 마련 된 셈이며 수사상의 혼선이나 반목도 합동 수사반이란 테두리 안에서 조정될 길이 트였다고 볼 수 있다.
양 내무의 사표를 반환한 것은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데도 있으나 첫째 경찰의 사기를 땅에 떨어뜨릴 우려가 있고 둘째 경찰이 아닌 권력기관이 이 사건을 저지른 듯 하다는 일반의 관측 속에서 사건의 진상을 모르고 인책부터 시킨다는 게 옳지 못하다는 계산에서 나온 조치라는 얘기다.
이 같은 일련의 정세발전이 합동수사반구성과 양 내무 사표 반환의 저류인데 정치 「테러」구성이 흔히 「베일」속에 가려져 미궁 속으로 빠져든 게 상례여서 합동수사반의 앞으로의 활동은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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