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하이닉스 문제 결말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어느새 하늘이 꽤 높아졌다. 하지만 경제는 늦더위 속에서 아직도 헉헉대는 모습이다. 정치판의 난맥상처럼 안팎으로 꼬여 있다.

나라밖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미국이 4년만의 최고 실업률(8월 4.9%)을 기록하자 지난주 말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이 때문에 10월 초로 예정된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처진 분위기를 바꾸는데는 한계가 있다.

일본은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8%를 기록했다. 엔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고, 엔화 표시 국채의 신용등급이 낮아질 판이다. 급기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 금융심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다른 나라들이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발표를 못미더워 하기 때문이다.

두 경제대국의 어려움은 세계 경기에 더욱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금주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지고 증시는 기운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세계 경기가 이 모양이니 우리 수출이 여섯달 째 줄었고, 쉽사리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국내에선 덩치 큰 부실기업 처리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대우자동차 매각, 현대투신과 AIG와의 협상,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되는 게 없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하이닉스반도체다. 금주에는 어떤 식으로든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신규 자금 지원 문제가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한발 비켜선 가운데 한빛 등 민간 채권은행들이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합의하지 못해 15일 발효될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적용받으면 지원에 반대하는 금융기관은 채권을 시가로 팔고 손을 떼야 하므로 그 안에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하이닉스는 일단 한숨 돌리겠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10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경제 분야에선 하이닉스 등 부실기업 처리와 현대 사태, 공적자금 추가조성과 회수 대책, 쌀 수급 대책과 전.월세난, 근로소득세 과다 징수와 세제 개편, 출자총액제한 등 기업규제 완화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9월부터 다른 회사 제품과 비교해 자기 제품이 좋다는 광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주 자동차업종에서 시작된 비교광고는 투신사 등 금융, 가전업계 등으로 빠르게 번질 것 움직임이다. 이는 광고.유통시장은 물론 제조업체의 상품 생산에도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풀잎에 하얀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도 지났다. 바야흐로 결실의 계절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결실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정치만 국민을 상대로 할 게 아니라, 경제정책도 국민을 생각해서 부실기업 문제부터 해결해야 다른 기업과 시장의 열매가 쭉정이가 되지 않고 결실을 맺을 것이다.

양재찬 경제부장 jay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