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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지는 서사시의 대작은 언제|며느릿감은 마음씨 좋고 튼튼해야|불만과 공상속에 사는 지방교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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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장중한 서사시는 언어의 대교향악이다. 문학의 화려한 행군은 그것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서구의 예. 우리의 문학풍토에서도 서시시는 가능할까? 시인 김춘수씨는 부인한다. 우리에게 서시시가 있었다면 세종 때의「용비어천가」와 파인(김동환)의「국경의 밤」정도라고 그는 지적한다. 요즘 야심있게 시도되는 젊은 시인들의 장시는 가령 김구용의「삼곡」, 권일송의「미처 못다부른 노래」정공채의「미제8군의 차」하며, 이철범의「속, 금지된 기도」등…. 김춘수씨는 역시 회의적으로 말한다. 그 장시들은 서사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유를 들어보자 서시시는 (1)집단의식을 반영할 것 (2)이야기를 가질 것 (3)압축되고 함축있는 시의 문체를 갖출 것. 그는 한마디로 한국에서는 서사시의 대작이 출현될 시기가 아닌 듯하다고 진단했다. <사상계·9월호>
결혼의 조건은 사뭇 시사적이다. 언제나 세태와 밀착해서 그것은 이러쿵저러쿵 달라진다.
오늘의 한국인은 결혼조건을 어떻게 뽑을까? 이대교수 노창섭씨는 7백5세대(전국)의 부모들을 상대로「앙케트」를 수집했다. ▲사윗감의 조건=(1)인품 (2)학력 (3)직업 (4)건강 (5) 집안혈통 ▲며느릿감의 조건=(1)인품 (2)건강 (3) 집안혈통 (4)학력 (5)용모「사윗감」과 [며느릿감]의 조건으로 꼽힌 그 순위의 차이는 조금 재미있다. 며느리는 뭐니뭐니해도『마음씨 좋고 튼튼하고…』가 아직도 부모들의 지배적인 사고다. <세대·9월호>
지방의 일선교사는 잠시도 피곤을 풀 겨를이 없다. 노상 피곤하고, 뻐근한 나날이다. 게다가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다. 제주도 서귀포 중학교감인 현화진씨는「지방의 일선교사가 가지는 문제」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그들의 응답은 한결같이 피곤과 우울과 고독의 호소들. 70.8%나 되는 대다수의 교사들은『공상이 심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생활과 자기 일신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풀 수 있는 방법은 그 공상의 날개뿐이라는 서글픈 얘기다.『아내가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60%)는 고민을 하다보면『나의 가정적 배경이 싫어진다』(47%)는 위험한 발언도 나온다. 관리들은 왜 그리 자주 오는지….『장학사나 행정관리는 만나기도 싫다』고 그들은 짜증을 낸다. 교육의 위기는 사실 가슴 두근두근한 일이다. <새교육·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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