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알바가 내 코 쑤신다"…온라인서 번진 괴담의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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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에서 의료자격증도 없는 알바들이 면봉으로 코를 찌르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주장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PCR 검사(Polymerase Chain Reaction·유전자 증폭 검사) 건수가 하루 약 70만 건까지 늘어나자 소셜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검체 채취 방법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일각에선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 뒤섞인 ‘괴담’이 제기되기도 한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만 2년째인 지난달 20일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시민들을 신중히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만 2년째인 지난달 20일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시민들을 신중히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콧속으로 ‘쑥’…PCR 공포의 실상

앞서 언급한 ‘PCR 공포’는 긴 면봉으로 코의 가장 깊숙한 부분인 비인두를 훑어야 하는 검체 채취 방식에서 비롯된다. 이 과정에서 고통과 불쾌감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아서다. 목구멍을 통해서도 검체를 채취할 수 있지만, 방역당국은 민감도가 가장 높은 비인두 검체 채취 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의료진에게 코 대신 입으로 검사하겠다고 말하면 구강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이는 외과적 이유로 코에 면봉 삽입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서 비인두 검체 채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일 김해 지역의 맘카페에 “5살 아이가 검사를 받고 코피를 흘려 마스크가 흥건하게 젖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게시물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코를 찌르는 방식에 대한 불신이 가중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검체 채취 과정에서 출혈이 생기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김경우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사람에 따라 코점막이 약하거나 헐어 있는 경우 면봉으로 찌르면 피가 날 수 있다. PCR 검체 채취뿐 아니라 자가검사 과정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일시적인 출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PCR 검사가 특히 위험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3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등대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직접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3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등대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직접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간호사·임상병리사도 검체 채취 가능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의 ‘자격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의 한 의사가 소셜미디어에 “임상병리사 면허를 갓 취득한 무자격 알바들이 코를 찌르는데 잘못하면 뇌를 찔러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확산됐다.

현행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지침에 따르면 PCR 검사에 쓰일 검체 채취는 의사가 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발급한 면허가 있는 간호사나 임상병리사도 의사의 관리·감독 하에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방대본 관계자는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의사가 검체 채취 시 발생하는 일의 책임을 지는 구조”라고 했다.

검체 채취 때문에 생명에 위협이 생길 가능성도 작다고 의료진은 보고 있다. 김 교수는 “비인두와 뇌 사이에 뼈가 있어서 면봉이 뇌를 직접 찌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면봉을 깊게 넣다 보니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의료진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제기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의료계도 대응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백신에서 미생물이 발견됐다”고 주장한 산부인과 의사를 윤리위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의협 관계자는 “일부 근거 없는 주장이 대다수 국민을 호도할 정도로 퍼지면 징계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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