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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사회조사소 여론조사] 중국인 57% "北 도와 참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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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반수가 넘는 중국인들이 북한을 도와 한국전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절반 이상의 중국인들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지지했다.

이같은 사실은 중국사회조사소(中國社會調査所.SSIC)가 지난 9일 실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사회조사소는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센터와 중국사회과학원 등 중국 정부 및 학술기관이 설립한 중국국정연구회(中國國情硏究會) 산하 중국 최초의 여론조사 기관이다.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는 한.중 수교 11주년을 맞아 중국을 미래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대다수 한국인들을 아연케 할 만한 내용이다. SSIC는 전국에 7천명의 조사원을 두고 있으며 이번 조사는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중국 6대 도시에서 주민 1천명을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한 것이다.

SSIC 리둥민(李冬民)소장은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이 '반테러'라는 명분을 내걸고 시리아.이란.북한 등에 대해 잇따른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가장 인접한 북한의 핵 문제가 미국과 결부돼 중국인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어 조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절반 이상 북 지원=이번 조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제2차 한국전쟁이 터질 경우 중국의 태도. '만일 북핵 문제가 원만히 풀리지 못하고 전쟁으로 치달을 경우 중국 인민은 중국 정부의 제2차 항미원조(抗美援朝.북한을 도와 미국에 대항한다)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찬성하는가'라는 설문에 57%의 중국인들이 찬성을 표시했다. 모르겠다는 반응은 24%, 참전 반대는 19%에 불과했다.

SSIC는 찬성을 표시한 사람들이 '북한은 중국의 이웃으로 이웃이 군사 공격을 받는 것에 대해 중국이 좌시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의 문 앞에서 벌어지는 강권(强權) 일변도의 행위에 중국은 제2차 항미원조 또는 그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는 북핵 위기가 심화할 경우 한.중 관계가 악화되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견해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의 전문가들도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교역량 및 인적 교류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98년 중국을 방문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부전(不戰)조약 성격의 '21세기 한.중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조사 결과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북핵 개발 지지=북한의 핵 개발 문제와 관련, 조사 대상 중 54%가 북한의 핵 개발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겠다는 반응은 16%, 반대는 30%에 불과했다.

SSIC 왕싱(王星)조사연구원은 "한 국가의 핵무기 보유 여부는 그 나라의 주권에 속하는 문제로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이 여타 국가의 핵무기 문제를 간섭할 권리가 없다"는 중국인의 의사가 표출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같은 반응은 중국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과 배치된다.

이에 대해 李소장은 "만일 질문 내용이 '주변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해도 되느냐'였다면 결과는 부정적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은 결과는 자신은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다른 국가의 핵 보유는 억제하는 미국의 이중적 잣대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답했다.

또 북핵 위기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에 대한 평가에서 중국인들의 67%가 한국과 북한이 관계를 개선, 평화 통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일본에 대해선 중국인들의 77%가 일본이 북핵 문제를 빌미로 군국주의로 나아가고 있어 강한 경계가 요구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 낮아"=그러나 대다수 중국인들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크다(17%)고 생각하기보다 적다(55%)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하기 어렵다는 반응은 28%에 달했다.

한편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이번 여론 조사 결과는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는 다르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우리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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