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버스 대란 피했더니 이젠 택시 차례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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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택시 25만 대가 다음 달 7일 서울로 집결할 모양이다. 택시 노사단체들은 어제 국회의 택시법(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본회의 상정 유보에 항의해 이날 차를 끌고 상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에도 택시업주와 기사들이 하루 동안 운행 중지를 한 적이 있다.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택시를 한꺼번에 서울시내로 끌고 나와 국민에게 대놓고 불편을 안겨주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한 번은 버스 업계에, 또 한 번은 택시 업계에 볼모로 잡혀 양쪽의 이해관계에 끌려 다니는 형국이다.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지다 보니 이런 사달이 난 것이다.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표를 노려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려다 버스 업계를 들끓게 했다. 이번에는 시내버스 운행 중단의 초강수에 밀린 정치권이 법안 처리를 유보하는 바람에 다시 택시 업계를 자극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권은 연말까지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이처럼 짧은 시간에 나오기는 어렵다.

 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택시의 공급과잉, 연료비 상승과 택시 기사의 저임금 문제 등을 해결할 종합적인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택시 업계도 집단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아무리 택시법 상정 유보가 마음에 안 든다 해도,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하는 어떤 집단행동도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택시 업계는 우리 사회를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합법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툭하면 국민을 볼모로 잡는 불법이 반복돼선 안 된다. 당국은 일방적인 버스·택시 운행 중단에 엄격히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