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HP-컴팩 합병…컴퓨터 업계에 M&A 기폭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휴렛패커드(HP) 의 컴팩 인수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정보기술(IT) 업계 지각변동의 ''신호탄'' 이 될 것" 이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세계 PC업계의 경우 15년만의 수요 감소와 주요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시장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어 최근 M&A가능성이 예고돼 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HP의 컴팩 인수가 PC 시장의 제살 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의 결과이며, 컴퓨터 서비스.서버.저장장치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하드웨어.소프트웨어.컴퓨터 서비스 분야 등 중복되는 사업이 많은 두 회사가 각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면 다른 업체들의 인수.합병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장 PC시장은 큰 변화가 예상된다. 델은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고객에게 직접 주문받는 방식으로 올들어 컴팩을 제치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HP와 컴팩이 합치면 PC 시장 점유율이 19%로 예상돼 델(13%) 을 앞선다. 서버 시장 점유율도 델의 2배인 37%가 된다.

HP는 컴팩 인수 후 수익성이 악화된 PC시장보다는 IBM과 썬마이크로시스템스가 주도하고 있는 기업용 컴퓨터 서비스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어서 이 분야도 주목된다.

한편 HP의 컴팩 인수가 국내 업계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일단 PC서버.핸드헬드PC.노트북.저장장치.프린터.스캐너.관리SW 등 주요 품목에서 단숨에 국내 1~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합병 회사에 대한 국내 업체의 부품.완제품 판매량이 늘어날지도 관심거리다. HP.컴팩 두 회사는 모두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업체로부터 반도체 등 부품과 일부 완제품을 OEM 방식으로 납품받아 왔다.

컴팩은 지난해에 약 32억달러(4조1천6백억원) , HP는 약 20억달러(2조6천억원) 어치를 국내 업체에서 사갔다.

특히 삼보컴퓨터는 HP의 데스크톱PC인 ''파빌리온'' 시리즈의 대부분을 생산.공급해 왔다. 지난해에는 삼보 전체 생산량의 35%인 1백80만대를 수출했으며, 올해는 비중이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양사 합병 이후 수출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삼보 주가는 양사 합병 소식이 전해진 4일 오후 급상승, 상한가로 마감했다.

그러나 거대 업체끼리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의 PC 회사가 탄생함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자체 상표로 해외에 진출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홍수현.이승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