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김동하 경사 "도로 표지판 수리 내게 맡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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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경찰서 보안과 김동하(金東河.43)경사의 중고 소나타 승용차 트렁크에는 접고 펴는 소형 사다리를 비롯해 톱.전지가위.공구세트.삽.쇠파이프.망치 등이 가득하다.

경찰이 된 지 올해로 16년째인 金경사는 이 공구로 부서지고 비틀어진 도로 표지판을 고치고 바로잡는다.

또 여름철이면 표지판을 가려 안전운전을 위협하는 무성한 가로수 잎과 가지들을 정리하곤 한다. 시골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개 등의 시체를 치우는 것도 金경사의 일 가운데 하나다.

金경사가 공구들을 싣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화물차량의 운행이 많은 시골 지방도로에는 부서지거나 나무가지에 가린 표지판들이 많지만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이때문에 앞쪽에 교차로나 횡단보도 등이 있는지 모르고 운전하다 뜻밖의 사고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金경사는 "관리가 소홀해 제구실을 못하는 교통시설물이 시골에 많다는 것을 알고 안타까웠다" 며 "한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 고 말했다.

그는 생이별의 고통을 겪는 이산가족의 상봉을 주선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가출해 선원 생활 등을 하면서 지금까지 주민등록증도 없이 살아온 진호범(49.전북 부안군 위도면)씨가 경남 거제도에 사는 4남매를 30여년 만에 만날 수 있게 도와줬다.

金경사는 진씨의 사정을 안 뒤 한달 동안 원적지 추적과 전산조회 등을 위해 다리 품을 팔았다.

지난해 3월에는 네살 때 다른 집에 입양된 뒤 생부모를 찾아 헤매던 김진하(33.전북 부안군 부안읍)씨에게 28년 만에 아버지를 찾아줬다.

전주=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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