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가방식 변환 채권형펀드 수익률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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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채권 시가평가 방식이 바뀌자 채권형 펀드들의 수익률 왜곡 현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채권값이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채권값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해온 증권업협회 고시금리 대신 실제 채권 유통가격을 반영하는 민간평가사들의 금리 정보를 적용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변경된 방식이 처음 적용된 3일 대부분의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일제히 상승했다.

현대투신운용 박성원 채권팀장은 "시가평가 방식 변경으로 고객들이 펀드 수익률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게 됐다" 며 "펀드매니저들이 평가손을 우려해 편입을 꺼리던 채권을 발행했던 기업들도 유동성이 높아져 신규 발행이 쉬워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채권시가평가란 펀드에 편입된 채권의 가격을 매입 당시의 장부가가 아니라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현재가격으로 평가하는 제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2000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 채권형 펀드 수익률 동반 상승=대한투신운용의 채권형과 채권혼합형 펀드 3백50여개는 3일 수익률(기준가)이 평균 0.2% 가량 급등했다.

우량등급 회사채의 연 수익률이 6.5% 안팎임을 감안하면 하루만에 10일분 이상의 수익률이 추가된 셈이다.

삼성투신운용도 이날 하루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평균 0.05% 올랐다. 다른 투신사들도 평균 0.2~0.3%의 수익률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고시금리와 차이가 컸던 회사채 비중이 높은 일부 투신사의 채권형 펀드는 수익률이 단숨에 최고 0.5~0.6%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현대.조흥 등 일부 투신사는 수익률 급등에 따른 환매 등을 예방하기 위해 당분간 기존 채권은 고시금리를 그대로 적용하고, 신규편입채권에만 새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대한투신증권 류희대 채권팀장은 "채권 가치가 올라간 것이 아니라 평가 방식 차이에 따른 수익률 상승일 뿐"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장부가 평가를 받는 머니마켓펀드(MMF) 편입 회사채도 새로 매입하거나 팔 때는 새 방식의 적용을 받게 돼 채권이 들어있는 모든 펀드가 수익률이 올라가는 셈" 이라고 설명했다.

◇ 채권값 제대로 반영=난해 7월 채권 시가평가제가 도입된 뒤 투신사 펀드에 포함된 채권은 증권업협회가 매일 발표하는 기준 금리(시가평가테이블)에 따라 가치를 평가해왔다.

그러나 협회 기준 금리가 실제 시장 거래가격보다 높아 펀드에 편입된 채권이 실제 보다 저평가되기 일쑤였다.

우량 채권인 신용등급 AA- 회사채의 경우 지난달 31일 협회 고시 금리는 연 6.55%였지만 실제 거래는 연 6.2~6.3%선에서 이뤄졌다.

투자적격 등급의 맨 아랫단계인 BBB-등급의 경우 고시 금리와의 격차가 최고 연 2.5%까지 벌어졌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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