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경기 급속냉각 대책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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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정보기술(IT)제품 수출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소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던 내수마저 둔화되면서 경기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 출하 등 실물경제지표는 수출부진 등으로 전월에 이어 두달째 감소했으며 도소매판매 역시 증가세가 둔화됐다.

3.4분기 첫달의 실물경기지표가 이렇게 악화됨에 따라 2.4분기 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2.7%에 그친데 이어 3.4분기 성장률은 이보다 더 떨어져 2% 이하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진념(陳稔)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의 `IT쇼크' 발언과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의 `외환위기 당시보다 악화된 경기'등의 언급 역시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과 예산 이월.불용액 5조원 등 모두 10조원의 재정이 하반기중 집행될 경우 4.4분기에는 미국 경기 회복과 더불어 우리 경제도 5%대의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세계경기의 동반침체 분위기에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 경기지표 악화

7월중 산업생산은 반도체, 컴퓨터 등 IT제품은 물론, 자동차 생산마저 감소하면서 작년 같은달에 비해 5.9% 감소했다. 감소폭도 32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전월의 -2.8%에 비해 두 배 이상 커졌다. 반도체 생산은 15%가 줄어 전달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컴퓨터는 3.7%에서 30.7%로 무려 8배이상 감소폭이 커졌고 6월 6.1% 증가했던 자동차도 13.2% 감소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은 2.5% 감소를 기록했고, 제조업평균가동률 역시 71%로 전달(74.1%)보다 떨어졌다.

출하도 수출용 출하가 11.2% 감소하고 내수용 출하도 1.5% 감소해 전체적으로 6%가 감소했다. 수출출하는 반도체, 자동차, 사무회계용기계 등 대부분 업종이 부진했고 내수출하 역시 자동차와 사무회계용기계를 중심으로 부진해 4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재고는 사무회계용기계와 음향통신기기 등이 감소했으나 반도체와 제1차금속 등을 중심으로 늘어 작년 같은달에 비해 15.2%가 증가했다. 출하가 줄고 재고가 늘면서 재고율은 89%로 전달의 83.2%보다 높아졌다.

도소매판매는 자동차 판매가 줄고 도매업의 매출이 부진해 2.5%가 늘어나는 등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내수용소비재 출하는 7.1%가 늘었으나 증가폭은 6월의 13.7%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둔화됐다. 룸에어콘(-34.9%), 가정용선풍기(-24.5%), 남녀기성복(-15.8%)등의 출하가 크게 줄어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마저 악화될 기미를 보였다.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기계와 컴퓨터, 자동차 등에 대한 투자가 부진해 전달의 2.8% 감소보다 감소폭이 대폭 확대된 10.3% 감소를 기록, 작년 11월 이후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통계청 관계자는 '작년 7월의 지표가 워낙 좋아 올 7월 지표가 상대적으로 악화된 점도 있지만 6월부터 2개월째 생산과 출하가 감소하고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경제성장 기반과 잠재력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 4.4분기 경기회복 가능할까

7월 실물경기지표가 이렇게 악화됨에 따라 3.4분기 성장률이 2%대 이하로 하락할 수도 있다는 일부 연구기관들의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재경부는 그동안 '3.4분기까지는 3% 안팎의 저성장이 지속되고 4.4분기중 미국경기 회복과 더불어 우리 경제도 5% 이상의 성장률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밝혀왔다.

이런 전망의 근거는 ▲시장 불확실 요인이 늦어도 9월말까지 제거되고 ▲지난 5월 발표한 수출.투자촉진을 위한 규제완화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며 ▲추경과 예산 이월.불용액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된다는 점을 들었다.

재경부는 10조원의 재정이 추가투입될 경우 성장률을 0.7%-0.9% 가량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수출 부진추세가 더이상 심화되지 않고 내수가 크게 활성화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실현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더욱이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투신, 대우자동차 등 현안기업들의 문제도 여전히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7월 지표가 보여주는 것처럼 내수마저 둔화될 경우 `빚 얻어 경기부양할 때가 아니다'라는 진 부총리의 장담과 달리 국채발행을 통한 2차 추경편성 등 보다 적극적인 경기진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서울=연합뉴스) 유의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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