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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들 "이젠 여의도로 가자"

중앙일보

입력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 1, 2위를 다투는 모바일 시스템통합(SI) 업체 모디아.

이 회사는 이달초 사무실을 마포구 창전동에서 여의도로 옮겼다. 테헤란 밸리도 고려했지만 사무실 임대료가 너무 오른 데다, 그보다는 증권사와 은행들이 모인 여의도가 자금 활용이나 업계 정보를 얻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산 시스템 관리 벤처 엔텔시스템은 6월말 테헤란밸리에서 여의도로 왔다. 사세확장에 따라 강남에서 사무실을 늘리려다 보니 비용이 엄청났다. 엔텔시스템 관계자는 "같은 규모라면 강남의 전세 임대료로 이곳에서는 사무실을 살 수 있어 여의도를 택했다" 고 말했다.

여의도로 벤처들이 모이고 있다. 금융 편의와 테헤란 밸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인해 벤처들이 골짜기(밸리)를 떠나 섬(여의도)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여의도에 위치한 벤처기업은 모두 2백81개. 이중 89개 업체(31.7%)가 올해 새로 자리를 잡은 신규 멤버다.

벤처들은 주로 증권거래소 주변에 몰려 있지만 수가 늘어나면서 국회의사당 근처까지 점점 분포지를 넓혀가고 있다. 벤처들이 여의도로 몰리자 최근 국회의사당 건너편 국민은행 본점 부근에서는 벤처 전용 빌딩까지 짓기 시작했다.

벤처의 여의도행에는 올 3월말 서울시가 이 지역을 벤처기업 육성.촉진지구로 선정한 것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여의도로 옮기는 벤처는 취득세와 등록세가 면제되고,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는 5년간 감면된다.

IBM.유니시스 등 대형 컴퓨터 회사들이 여의도에 있는 것도 관련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벤처들을 여의도로 끌어들인 요인이 됐다.

벤처들이 여의도로 모임에 따라 이 지역 벤처끼리의 정보교환도 활발해지고 있다. 95년 창업 때부터 여의도를 지킨 이노디지털 이영진 사장은 "얼마 전까지 건물에 벤처는 우리 하나 뿐이었다" 며 "최근 다섯개 벤처가 들어와 신기술 동향 및 금융 관련 정보를 활발히 나누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벤처기업협회 오완진 팀장은 "벤처 거품이 사그라든 지금 비용을 줄이려 강남에서 여의도로 옮기고, 신생 벤처로서는 세금감면 등 특권이 주어지는 데다 금융정보를 얻기에도 좋은 여의도에 둥지를 트는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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