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참여한 국제연구진, 돼지 유전자 지도 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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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지 11월호 표지.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로 돼지 유전자 지도가 완성됐다. 농촌진흥청은 15일 “국내 연구진 14명이 참여한 돼지 유전자 해독 국제 연구팀이 돼지 유전자를 완전히 해독했다”고 15일 밝혔다. 동물 중에는 닭·개·소 등에 이어 여덟 번째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돼지 유전자 해독을 통한 돼지의 집단통계학과 진화 해석 가능’이란 논문으로 ‘네이처’지 11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네이처는 사이언스·셀(Cell)과 함께 3대 과학 학술지로 불린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연구진과 미국·영국·프랑스·일본·중국·덴마크·네덜란드 등 9개국 132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2006년부터 6년간 노력 끝에 19개의 염색체에서 총 29억 염기 쌍을 해독,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연구비만 300억원이 투입됐다. 국내 연구진은 농촌진흥청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서울대·건국대·경상대 소속이다. 국내 연구진은 전체 2.60Gb 분량의 염기서열 중 306Mb의 해독을 담당했다.

 이번 연구로 돼지의 기원과 특성, 진화 형태가 밝혀졌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돼지는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유래한 뒤 약 100만 년 전 유럽과 아시아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돼지는 미각 관련 유전자의 기능이 떨어져 짠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반면 후각을 담당하는 수용체 유전자는 1301개로 개(1094)보다 많아 냄새를 맡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과학계는 이번 연구로 생체 이식용 장기 돼지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국립축산과학원 이경태(42) 박사는 “장기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사람과 돼지, 개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인체 이식용 장기를 가진 모델 동물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의 종 개량 연구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수원=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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