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農회장이 홈쇼핑 TV회장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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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TV 운영은 35년간에 걸친 농민운동의 연장입니다. 소비자를 속이지 않고 당도가 똑같은 과일과 안전한 우리 쌀 등을 공급해 인스턴트에 길들여지기 쉬운 가정의 건강을 지키겠습니다. "

다음달 1일 개국하는 홈쇼핑TV인 농수산TV(http://www.nongsusantv.co.kr)의 이길재(61)회장. 그는 "농어민은 제값을 못받고 소비자는 비싼 값을 치르는 점이 농수산물 유통에서 가장 큰 문제였다" 며 "농어민과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홈쇼핑을 통해 유통개혁을 이뤄내겠다" 고 말했다.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중농의 아들로 태어난 李회장은 광주농고를 졸업하고 전남대 수의학과에 진학하면서 농민운동에 뛰어 들었다.

1966년에는 한국카톨릭농민회를 경북 구미에서 창립, 6년간 회장을 지냈다. 유신 시절부터 5.18 광주 민주화운동 때까지 세번이나 옥고를 치렀다. 농수산TV 김수혁 사장도 카농 회장 출신.

"농민들이 과일을 박스 포장하면서 위에만 좋은 제품을 깔고 밑에는 나쁜 제품을 끼워넣는 게 농민 탓만은 아니예요.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터무니없는 가격 때문에 그렇습니다. 생활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생산비는 보장해야 합니다. "

李회장은 농수산물을 다른 곳보다 싸게 팔 생각은 전혀 없다. 질좋은 제품을 제값 쳐주고 사들여 소비자에게 가장 빨리 공급할 계획이다. 과일의 당도는 밭 고랑에서 직접 측정할 방침이다.

李회장은 88년 평민당에 입당해 14, 15대 국회의원(광주시 북을)을 지냈다. 지난해에는 출마를 포기하고 농수산방송 설립위원회를 만들어 올해 3월 홈쇼핑 사업권을 따냈다.

"국회의원 시절 쓸데없는 데 시간과 정력을 빼앗긴 경우가 많았지요. 농사와 농민운동 경험을 최대한 살려 유통의 문제점을 해결하겠습니다. "

농수산TV는 우선 수도권과 대구.광주 등의 중계유선방송 가입자 2백50만명을 대상으로 하루 열한시간 생방송하고, 열세시간 재방송하기로 했다. 만에 하나 품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 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에 가입할 계획이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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