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안청 재일동포 뒷 조사 물의

중앙일보

입력

일본 공안조사청이 파괴활동방지법을 이유로 민단.조총련 등 재일한국인 3백여명의 신원을 뒷조사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공안조사청은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오사카(大阪).삿포로(札幌) 등 18개 시와 도쿄(東京)도 5개구에 살고 있는 재일한국인 3백여명의 외국인 등록자료 사본을 구청 등에서 받았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밝혔다.

지역별로는 교토(京都)시가 8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오사카시 63명, 삿포로시 38명, 다카마쓰(高松)시 21명, 마쓰에(松江)시 19명 등이었다. 외국인 등록자료에는 얼굴 사진.가족.거주 이력 등 개인 정보가 상세하게 적혀 있다.

공안조사청은 일본 공산당.조총련.극좌단체.극우단체 등을 상시 감시하고 있는 조직으로 전국 8개 지역에 공안조사국, 37개 지역에 공안조사사무소를 설치해 놓고 있다.

공안조사청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아들인 김정남(金正男)이 위조여권으로 밀입국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발생한 후 파괴활동방지법을 근거로 구청에 재일한국인들의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괴활동방지법은 조직적인 폭력.파괴 활동을 하는 단체를 해산시키거나 가담자를 처벌하기 위해 1952년 도입된 '일본판 보안법' 으로 기본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안조사청은 파괴적인 단체를 조사하기 위해 법에 따라 취한 조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재일 민단과 조총련은 인권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단측은 "일본인들과 함께 잘 살아가려는 재일한국인들로서 상당한 분노를 느낀다" 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조총련측도 "범죄인도 아닌 개인 자료를 정부 조사기관이 가져가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 라고 강조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같은 자료 요청이 상당히 빈번해 어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짧은 기간에 1백건 이상의 자료 제출 요구를 받기도 한다" 고 지적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day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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