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인텔 "제살 깎기도 질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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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기나 끝까지 가보자' .

세계 컴퓨터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인텔과 AMD간에 사활을 건 가격파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1㎓대의 중앙처리장치(CPU)인 '애슬론' 을 출시한 AMD가 저가 정책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해 오자 인텔도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수성에 나섰다. 특히 AMD는 1999년 15%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22%까지 끌어올렸으며, 올 연말엔 3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텔을 자극하고 있다.

AMD는 최근 들어서도 신형 제품을 선보이면서 인텔 칩보다 훨씬 싼 가격을 책정했다. 1.1㎓ 애슬론4 프로세서 1천개를 사면 개당 4백25달러에, 듀론 900은 개당 1백30달러에 팔기로 정했다.

인텔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인텔이 조만간 2㎓대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칩 가격을 최고 54%나 내리는 '폭탄 세일' 을 할 계획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1.8㎓급 펜티엄4 가격은 현재의 개당 5백62달러에서 54%나 낮은 2백60달러까지 인하할 계획이며, 2㎓대의 신제품도 개당 5백60달러선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인텔은 가장 빠른 칩을 선보일 때 통상 개당 1천달러 가까이 받았는데 여기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가인 셈이다.

가격경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의 유력 애널리스트인 리먼브러더스의 댄 나일스는 "인텔이 이같은 가격인하 조치에도 효과가 없을 경우 10월 말 1.8㎓ 제품가격을 10~25% 가량 추가 인하할 것이며, AMD도 올 하반기에 인텔의 가격 인하에 응수할 것" 으로 점쳤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출혈경쟁이 두 회사 모두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가격경쟁 격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로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8월 들어 23일까지 인텔 주가는 7.1% 떨어졌으며, AMD는 21.7%나 하락했다.

이달 초 발표한 실적에서도 AMD의 올 2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늘어났으나 매출액은 17% 줄어들었다. 인텔의 2분기 매출도 63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24% 줄었다.

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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