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의 체 게바라, 그 잊을 수 없는 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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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인기있는 '기념품' 중 하나가 3페소짜리 동전이다.

액면가치는 15센트 정도에 불과하지만 1달러를 주고 이 동전을 사간다. 라틴 아메리카의 혁명영웅 체 게바라(1928~67) 의 얼굴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 듯한 눈빛과 더부룩한 머리카락, 별을 단 베레모 차림은 사진작가 알베르토 디아스 코르다의 '작품' 이다.

60년 아바나에서 폭파된 프랑스 화물선 '라 코브레' 희생자 추모집회에 참석했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살아 있는 청년 게릴라의 초상' 으로 떠오른 코르다의 사진은 민중시위의 플래카드, 영국산 캔맥주의 로고, 쿠바 관광상품의 홍보물에도 등장한다.

이 책은 '코만단테(사령관) 체 게바라' 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추적해가지만 본격적인 인물평전은 아니다. 쿠바의 자료보관소 등에서 어렵게 구한 4백여장의 흑백사진이 전해주는 생동감이 이 책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젊은 시절 여행지에서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면서 생활비를 벌었던 체가 찍은 '자화상' 도 있다. 또 볼리비아 정부군이 그를 총살한 직후 전세계에 그의 죽음을 알렸던 프레디 알보르타의 사진은 과장없이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 를 떠올리게 한다.

'타임' 지는 "그의 우수에 찬 미소는 많은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고 말했다.

여행에 대한 충동, 제도에 대한 반항심, 낭만적 죽음에 대한 동경…. 요즘 전세계 젊은이들이 '체' 에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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