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선보일 KBS 미니시리즈 '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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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 미니시리즈「순정」(매주 월-화요일 오후9시 50분ㆍ연출 정성효ㆍ극본 이경희)이 내달 3일 첫 방송된다.

18부작으로 예정된 「순정」은 형사와 살인 혐의자, 부모에 의해 버림받는 오뉘등이 엮는 극단적 상황에서 피어나는 치열한 사랑 이야기다.

정성효 PD는 상처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자아를 찾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영웅적 사랑을 그리려 한다.

상황 설정이 극단적인 만큼 남자 주인공 이찬석(류진)이 사랑하는 한세진(이요원)을 위해 죽을지도 모른다. '영웅적 사랑'을 형상화하기 위해서는 역시 극단적 상황설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찬석은 극중 27세의 강력반 신참 형사로 물들인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다니며 어딘가 뒤틀리고 꼬인 반항아적 기질을 갖고 있지만 수사에 임할 때는 침착성과 예리함, 집요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피의자들 사이에서는 '독사' '살모사' '악질'로 통할 정도이다.

살인 혐의자 강현기(이종원)의 동생을 사랑하게 되면서 사람과 사회에 대한 냉소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타인의 행복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으로환골탈태한다.

세진은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병을 갖고 태어나 부잣집 앞에 버려진 뒤 자신의출생의 비밀을 모른 채 자란다. 극중 25세로 법대를 졸업하고 고시를 준비하고 있고대범ㆍ과감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파이다. 가녀린 외모의 이요원의 이미지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지만 그녀를 가까이서 본 이들에게는 그리 새롭지만은 않다고 제작진은 말한다.

세진은 오빠 현기를 만나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게 되지만 자신의 행복을 깰지도 모를 오빠의 갑작스런 출현을 거부한다. 현기는 세진네 집이 부도 위기에 몰리자이를 해결하려다 살인 누명을 쓰고 찬석에게 쫓긴다.

현기와 세진, 둘 사이에 뛰어든 찬석 사이의 긴장과 애증이 큰 줄기를 이루고찬석을 사랑하는 차다혜(손태영), 현기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장호숙(염정아), 세진의 희생적 사랑을 차버리는 송기준(이창욱)이 주변 이야기를 구성한다.

이들 모두 가정적으로 불행한 과거를 하나씩 갖고 조금 꼬인 인생을 살다 지순한 사랑에 눈뜨는 과정은 '영웅 탄생'을 겨냥해 작가와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설정한듯하다. 영웅을 낳는 '난세'로 볼 수 있다.

찬석의 아버지(박근형)나 세진과 현기의 아버지(이정길)는 모두 자식들에게 상처를 안긴 무능하고 못난 아버지이고 극중 유일한 '엄마'인 세진의 양모(선우은숙)는 그저 순하고 무기력하다. 신세대의 당찬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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