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살인범들 가정폭력 피해 공통점

중앙일보

입력

"늘 엄마를 학대해온 아버지가 또 술에 취해 엄마에게 욕을 하는 것을 보고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나가 길에서 만난 여학생을 마구 찔렀다. "

지난해 3월 서울 종로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중1 여학생을 살해한 중3생 C (15) 군이 밝힌 범행 동기다. 어려서부터 쌓인 폭군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게 한 거였다.

지난해 발생한 엽기적 살인사건의 배경에 이처럼 모두 가정폭력에 대한 증오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여성실이 서울대 의대 신민섭 (43.여.신경정신과) 교수 등 범죄심리 전문가들에게 의뢰한 흉악 살인범 5명의 범행동기 분석 결과다.

분석 대상은 C군과 ^친부모를 토막 살해한 대학생 L (25) ^사흘간 네명을 연쇄 살인한 C (53) ^부인과 세 딸을 살해한 K (44) ^초중고생 3명을 성폭행한뒤 살해한 K (31) 씨.

L씨의 경우 "아버지가 늘 경멸적으로 대했고, 어머니도 공격적이어서 견디기 힘들었다" 고 말했다.

세 학생을 살해한 K씨는 "어릴 때부터 난폭한 아버지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했다" 고 털어놨다. 또다른 K씨와 C씨 역시 불우한 환경속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이금형 (李錦炯) 여성실장은 "누적된 가정폭력이 흉악범죄의 배경임이 입증됐다" 며 "가정폭력에 노출돼온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분노가 폭발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크다" 고 경고했다.

지난해 발생한 가정폭력은 1만2천여건으로 1만4천여명이 입건됐고, 올 상반기엔 6천5백여건이 발생해 6천9백여명이 입건됐다.

강주안 기자<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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