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 초저금리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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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잘나가던 생명보험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저금리.증시 침체.불황 등 3각 파도에 휩쓸려 생명보험 산업의 구조적인 취약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민 생명보험 가입 시대를 맞아 생보산업 기반이 흔들리면 소비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국내 생명보험 가입 건수는 지난 3월 말로 5천만건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한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한국개발연구원(KDI).보험개발원 등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고객들에게서 받은 보험료로 굴린 투자 수익률이 보험계약을 할 때 정한 이율(예정 이율)을 밑돌아 생기는 역마진에 허덕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생보업계의 당기 순손실은 5천6백억원에 달했다.

지난 4~6월 생보사는 오히려 9백61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지만 이는 생보사들이 그동안 확정금리형 상품을 경쟁적으로 팔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변동금리 상품을 만들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금감원은 분석했다.

KDI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역마진이 올해 1.75%포인트, 향후 4년 동안 계속해 1%포인트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생보사의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은 1.1%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5.6%, 생보사 도산 사태를 겪은 일본은 2.3%다.

생보협회의 황영만 전무는 "초저금리 시대가 오래가고 증시가 회복되지 않으면 역마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돼 몇년 안에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식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함으로써 기관투자가인 생보사가 보험료를 이용한 주식 투자에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주식 투자를 꺼려 주식시장이 침체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종합주가지수가 600선이 돼도 고객에게 보험금을 내주는 지급 여력 비율 1백%를 못맞추는 회사가 8개나 되며, 주가지수가 700선을 유지해도 이를 못맞추는 회사가 5개사나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역마진이 단발적으로 발생하면 큰 문제가 없으나, 수년간 지속되면 위기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정선구.최현철 기자 su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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