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일본에선…] '생보불사' 신화 이미 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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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생보사는 망하지 않는다' 는 신화가 깨진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첫 도산은 1997년 4월 닛산(日産)생명이다. 99년엔 도호(東邦)생명이, 2000년에는 다이햐쿠(第百).다이쇼(大正).지요다(千代田).교에이(協榮)생명이 줄줄이 쓰러졌다. 올 들어서는 도쿄(東京)생명이 문을 닫았다.

도산 이유는 대개 비슷하다. 90년대 후반 들어 저금리.불황.주가하락의 3각파도에 부딪쳐 침몰하고 만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경기부양을 위한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정책이 치명적이다. 생보사들이 계약자들에게 줘야 하는 예정이율보다 시중 금리가 더 낮아 역마진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생보사의 평균 예정이율은 76~92년 중 5.5%였으나 계속 낮아져 올 들어 1.5%로 떨어졌다.

그러나 저금리 정책에 따른 실세금리의 하락이 이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돼 왔다.

현재 3개월짜리 단기 실세금리는 0.01%, 단기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는 1.375%, 신규 대출금리 및 장기 프라임레이트가 각각 1.5% 수준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일본 금융심의회는 이미 정해져 있는 기존 계약의 예정이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정이율이란 생보사가 고객과 보험계약을 하면서 약속한 금리다.

이를 뒤늦게 내리겠다는 것은 상거래에서 "사정이 어려워졌으니 계약서를 다시 쓰자" 는 것이나 다름없는 비상식적인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을 위한 긴급 피난적인 조치로 검토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경기대책으로 제로금리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또 구조개혁으로 기업의 부도는 단기적으론 더 늘어나고 이는 주가에도 부담을 준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역마진을 보전해준 사차익(死差益)과 비차익(費差益)도 단계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사망률이 생보사가 가정한 예정 사망률보다 낮음으로써 생기는 사차익은 이미 고령화가 진행될 대로 진행됐기 때문에 줄어들 확률이 크다.

또 실제 사업비가 예정사업비보다 적게 들어 생기는 비차익도 생보사간 경쟁으로 갈수록 줄어들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처방의 약발은 그야말로 단기적으로 끝날 뿐이다. 이에 따라 일본 생보사들은 체력이 남아 있는 동안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방법은 손보사와의 제휴를 통한 업계 재편이다.

일본 최대 생보사인 일본생명은 도와(同和)화재를 그룹사로 편입시켜 기존의 손보 자회사와 합병시켰다. 또 손보업계 1위의 도쿄해상은 미레아보험그룹을 형성해 아사히(朝日)생명을 계열로 끌어들였다.

생보 및 손보업계에서 각각 2위인 다이이치(第一)생명과 야스다(安田)화재는 포괄적인 제휴를 하고 공동 상품판매에 나서고 있다.

생보.손보를 가리지 않는 종합보험그룹으로 변신하겠다는 전략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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