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이닉스 지원 언제까지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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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결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하이닉스가 또다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될 상황일 뿐 아니라 정부 지원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외환은행 등의 협조융자 8천억원을 시작으로, 이제까지 4조5천억원에 이르는 금융지원을 받은 바 있다.

그때마다 "이 정도 지원이면 더 이상 지원이 없어도 자력으로 회생할 수 있다" 는 게 하이닉스의 주장이었고, "일단 이 고비를 넘기고 보자" 는 게 채권금융기관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또 약 5조원의 추가 채무조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미 상무부가 특정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을 금지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규정을 근거로 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을 문제삼고 나섰다.

겉으로는 정부 지원의 부당성을 문제삼고 있지만, 속으로는 하이닉스가 쓰러지기를 바라는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입장이 감안된 처사일 수 있다.

한국 경제에서의 비중을 생각할 때 하이닉스의 회생이 여의치 못할 경우에 닥칠 경제적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때 정부가 맞게 될 "지원이 중단돼 한국의 대기업이 쓰러졌다" 는 비난과 심적 부담 또한 상당할 것이다.

게다가 하이닉스의 장래에 대한 희망적 전망을 앞세워 1조6천억원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했던 게 불과 2개월 전이다. 그 몰락에 의한 국제신인도의 추락은 일개 회사의 문제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마냥 끌려갈 수도 없지 않은가.

언제까지 "지금 도와주면 회생할 것" 이라는 더 이상 미덥지 않은 논리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끊임없는 지원과 그에 따른 국민적 부담을 지고 가야 할 것인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정부가 손을 떼고 하이닉스의 명운을 시장에 맡길지, 아니면 형평성과 국제규범 위반에 대한 시비를 감수하고도 지원을 계속할지, 정책적 결정을 미룰 시간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도 엄정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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