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 '말로만 투명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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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와의 약속을 저버리거나 허위 공시를 남발하는 상장.등록사들이 줄지 않고 있다. 23일 코스닥 시장에 따르면 올 들어 불성실 공시로 적발된 건수는 58건으로 지난해 전체 불성실공시 건수(67건)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시 불이행이 33건으로 절반을 넘었고 공시번복.변경이 25건이었다.

특히 지난해 4월과 올해 4월 두차례에 걸쳐 조건부 등록취소 유예 결정을 받았던 다산은 얼마전까지 '절대로 퇴출은 없을 것' 이라고 공언했지만 결국 지난달 31일 등록이 취소됐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소액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방침이다.

공모자금을 당초 목적과 다른 곳에 쓰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코스닥 시장에 등록한 S사는 주가 관리를 위해 다음달 초순까지 1백80만주의 자사주를 장외매수한 뒤 소각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에도 2백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나 주가가 오르지 않자 또다시 3백60억원을 들여 자사주 소각에 나선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등록 당시 공모자금의 용도를 시설투자와 부채상환이라고 신고했지만 자사주 소각에 드는 비용의 대부분을 공모자금에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두차례에 걸쳐 자사주 소각에 들어가는 5백60억원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S사 관계자는 "공모자금으로 자사주 소각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사주 소각은 주가 관리를 위한 정당한 기업활동" 이라며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 주장했다.

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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