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지원 문제 한 · 미 분쟁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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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 지원 문제가 한.미간 무역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하이닉스 회사채 만기를 3년간 무보증으로 연장해 주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투신사들이 크게 반발하는 등 상황이 꼬여가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은 최근 장재식(張在植)산업자원부 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가 하이닉스의 출자전환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했다고 FT는 전했다.

하이닉스 채권은행(외환.한빛.조흥.산업은행 등)의 대주주가 한국 정부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런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에번스 장관은 또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하이닉스의 주요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몇달 전부터 "하이닉스가 수출하는 반도체 칩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라" 고 자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 외환은행은 23일 투신협회에서 한국.대한.현대.교보.조흥.서울투신 등 7개 투신사 사장단을 만나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조6천억원 중 투신 보유분 1조2천억원에 대해 전액 무보증으로 3년간 만기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채권단은 또 현재 12.5%인 발행금리도 절반인 6.25%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투신사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 이라고 반발했다. 당초 만기연장 금액 중 6천억원을 보증키로 했던 서울보증보험이 보증 불가 입장으로 돌아선 상태여서 채권단안을 받아들일 경우 무보증으로 떠안아야 할 금액이 8백억원에서 1조2천억원으로 급증, 위험이 너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최근 법원이 정부 요청에 따라 대우 회사채를 인수했던 투신사에 손실 책임을 물린 점도 상기시키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나현철.주정완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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