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게’ 키우는 착한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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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3일 점심때쯤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성균관대 정문 근처의 한 골목길에 들어서자 고소한 튀김 냄새가 입맛을 자극했다. ‘왕돈까스’라고 쓴 간판이 전부인 작은 가게 앞에 예닐곱 명의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한 학생은 “맛이 좋은 데다 양도 많고 값이 싸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말했다. 돈가스 1인분이 5000원이다. 어른 손바닥 두 개 크기에 식전용 빵과 수프, 밥은 무한 리필 된다. 근처의 프랜차이즈 돈가스 전문점은 이보다 작은 것을 7500원에 판매한다. 어머니 강수진(58)씨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이정윤(32)씨는 “착한가게로 선정된 뒤 온라인으로 입소문이 나서 손님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수원시의 착한가격 업소(착한가게) 사장님들의 얼굴이 요즘 활짝 펴졌다. 시가 착한가게 16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지정 전보다 매출이 10~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마케팅 효과가 컸다. 수원시는 착한가게를 소개하는 인터넷 블로그(http://suwongokr.blog.me)를 운영한다. 전문 파워 블로거 수준의 업소별 소개와 평가, 사진 등 알찬 정보를 제공한다. 삼성그룹과 CJ그룹의 내부 포털과도 연계돼 있다. 블로그를 개설한 지 8개월 만에 방문자 수가 4만4000여 명을 넘었다.

 12월에는 한 달간 IBK기업은행과 제휴해 착한가게 이용 금액(IBK신용카드 결제 한 건당 3만원 이상)의 5%를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착한가게 업주가 농협수원유통센터에서 식자재를 구매하면 0.5%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지원 혜택들이다. 수원시 공무원들과 지역의 20인 이상 기업체들도 착한가게 애용하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경기도는 수원시의 착한가게 지원 정책을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행정안전부의 물가관리정책 평가에도 출품할 계획이다. 경기도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쓰레기봉투나 앞치마 제공 등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데 비해 큰 예산을 쓰지 않고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 사례”라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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