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전산 복구 시스템 취약 피해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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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은 21일 오후 쏟아지는 항의전화에 혼쭐이 났다. 주전산기 시스템의 중앙처리장치(CPU)에 장애가 생겨 오후 1시50분부터 장 마감 직전인 오후 2시58분까지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한 사이버 주문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제때 주문을 못내 생긴 피해를 보상하라" 고 요구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주전산센터와 별도로 비상사태에 대비한 ''백업센터'' 를 구축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이라고 후회했다.

금융기관들의 재해복구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이성헌 의원이 22일 공개한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기관별 재해복구 시스템 현황 및 보안성 검토결과'' 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전산시스템이 재해 등 비상사태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의 경우 국내 45개사 중 재해 복구 시스템을 갖춘 곳은 대우.삼성.신영증권 등 세곳(구축률 6.7%)에 불과하고, 보험사도 총 32개사 중 다섯곳(구축률 15.6%)에 그쳤다.

특히 회원수가 5천만명에 이르는 신용카드사의 경우 전체 7개사(비씨.국민.삼성.외환.동양.다이너스클럽 코리아.LG캐피털) 가운데 한곳도 재해복구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화재 등으로 인한 전산사고시 회원거래정보 보호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총 22곳 중 14개 은행(구축률 63.6%)이 재해복구 시스템을 갖춰 비교적 높은 구축률을 보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동원증권이 전산실의 배수관 파손으로 전산마비 사태를 겪은 이후 모든 증권사에 재해대책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 ''영업준칙'' 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재 이같은 방침을 철회한 상태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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