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다저스, 방향잃은 비난

중앙일보

입력

올 시즌 박찬호와 LA 다저스간의 최대 화두는 "전담포수"에 관한 문제다.

득점지원이 저조한 박찬호가 타격이 좋은 폴 로두카를 두고 채드 크루터를 고집하는 것은 전력의 낭비를 떠나 박찬호에 대한 평가절하로까지 이어졌다.

또한 이 문제는 비록 박찬호가 등판하는 경기로 한정 됐지만 팀의 리더 에릭 케로스의 포지션인 1루자리를 외부의 압력에 의해 로두카에게 넘겨주는 좋지못한 사태로까지 번졌다. 이는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다저스의 팀 분위기가 순식간에 나빠지는 충분한 이유가 됐다.

결국 이 모든일의 시작을 찾아보면 박찬호와 크루터 배터리에 대한 문제다.

"왜 크루터만 고집하느냐", "아무에게나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로두카를 내보내라" 등이 다저스 팬들과 지역 언론의 주된 비판 내용이다. 더군다나 최근의 부진까지 겹치자 박찬호는 올 시즌의 다저스의 몰락에 대한 "희생양"이 되고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억측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 박찬호는 다른 포수하고는 배터리를 맞추지 못한다는 것과 로두카가 크루터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인 전담포수를 두고있는 선수는 그렉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노모 히데오(보스턴 레드삭스).

매덕스의 경우 하비 로페스라는 주전포수가 괜찮은 수비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에디 페레즈만을 고집한다. 호흡이 잘 맞기 때문이라는게 매덕스의 일관된 주장이다.

노모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기존의 스캇 해티버그와 제이슨 베리텍은 주자견제와 송구, 원 바운드 볼의 블로킹 능력이 떨어진다. 주자만 나가면 힘들어하던 노모를 살려준 것은 얼마전 트레이드 되온 덕 미라벨리.

빠른 발놀림의 미라벨리는 그다지 좋은 수비형의 포수는 아니다. 하지만 노모는 미라벨리에게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박찬호가 크루터와 호흡을 맞춘 것은 불과 2년이 되지 않는다. 96년 풀 타임을 시작한 이 후 그는 많은 포수들을 상대로 배터리를 이뤘다. "크루터가 아니면 안된다"라고 말하는 것은 지역언론과 팬들이며 이것은 "흠집내기"에 불과하다.

두번째 억측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다저스 팬들과 언론의 비판이 상식을 벗어난 것은 크루터에게 기대이상의 활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모든 포수가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나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가 될 수는 없다.

타격에 관한 문제를 거론하고 싶다면 매일 라인업을 채우고 있는 선수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에릭 캐로스를 비롯한 다저스 타자들이 받을 비난의 화살은 방향을 잃고 영문모를 선수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선 수 타율 출루율 타수(8월 21일현재)

에릭 캐로스 .236 .303 335
마키스 그리솜 .241 .260 316
톰 굿윈 .233 .285 253
알렉스 코라 .237 .294 316
애드리언 벨트레.269 .315 324
채드 크루터 .224 .376 161

과연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가.

출장수 역시 크루터의 존재는 로두카에겐 득이 된다. 올 시즌이 시작하기전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는 4일에 한 번 휴식을 명시화 했다. 비록 팀 사정이 여의치 못해 흐지부지 되버렸지만 현대야구에서 포수는 120경기가 기본적인 출장수다.

로두카는 올 시즌 88게임에출장했으며 다른 팀의 포수들에게 비교해 봐도 결코 나쁜 수치가 아니다. 다만 팀의 공격력이 지나치게 빈약하다는 이유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크루터는 단지 후보 포수에 불과하다. 그의 몫이 무엇이며 한계가 무엇인지 다저스 팬들과 지역언론은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비난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들어지자 올 시즌 실패의 "희생양"을 찾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케빈 말론(전 LA 다저스 단장)이 없는 지금, 비난의 화살은 방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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