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생존법 예·적금도 묶어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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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은퇴를 앞둔 직장인 서복수(51)씨는 올해 7월 만기된 적금 1000만원을 펀드와 예금이 결합된 상품에 넣었다. 1년 동안 1000만원 중 300만원은 해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이른바 ‘뭉치기(복합)’ 상품이다. 서씨는 “예금이자는 3% 후반이지만, 현재 펀드수익률이 7%가량 된다”며 “합쳐보면 이자가 5%는 되는 셈”이라며 흐뭇해했다.

 # 회사원 김지선(31·여)씨는 지난 9월 가입한 3년짜리 적금 상품에서 4.7% 금리를 적용받았다. 다른 적금 상품에 비해 금리가 0.5%포인트가량 높다. 인터넷 공동구매 상품이라 금리가 높은 데다 이 상품과 연계한 영화가 흥행하면서 얹어주는 우대금리를 0.1%포인트, 0.2%포인트씩 챙긴 덕분이다. 그는 “앞으로도 금리가 하락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에 ‘뭉친’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펀드와 예금을 뭉쳐 수익률을 높이고, 여러 명이 함께 가입해 우대이율을 챙기며, 이자에 이자를 붙이는 복리상품에 가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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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걸 KB국민은행 WM사업부 재테크팀장은 “은행을 찾는 많은 고객은 펀드나 주식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를 두려워한다”며 “원금을 지키면서도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말했다. 펀드와 예금의 결합상품은 예금 중 일부를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목돈을 만들고 싶지만 예·적금에 돈을 넣자니 이자가 낮고, 펀드는 원금 손실 위험이 커서 걱정하는 고객들을 위해 마련됐다.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게 펀드로 들어가는 금액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KB국민은행 수신부 시진호 팀장은 “지난 6월 판매를 시작한 ‘KB펀드와 만나는 예금’은 현재까지 11만 명 이상이 가입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끼리끼리’ 뭉쳐 가입하는 예금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일반 예·적금에 비해 0.2~1%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으로 공동구매를 하거나, 2인 이상 가족끼리 함께 가입하는 방식이다. 임영학 우리은행 상품개발부 부장은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터넷 공동구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원래 특정시기에만 내놓던 공동구매 예금을 올해부터는 15일마다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이번 달 12일부터 판매하는 ‘하나 e-플러스 공동구매 적금’은 1000명 이상이 가입할 경우 연 0.2%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제공한다.

 은행권에서 보기 힘들었던 복리식 예·적금도 줄줄이 등장했다. 월복리 예·적금은 원금과 이자가 다음 달에 원금이 되고 여기에 이자가 붙는 대표적인 ‘뭉치기’ 상품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단리와 복리 상품이 이자가 똑같을 경우엔 무조건 복리가 유리하다”며 “2년 이상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경우 복리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부 전문가는 ‘뭉치기’의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예·적금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재혁 외환은행 WM센터 팀장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4%대의 금리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못 된다”며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혜미·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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