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오피스텔, '빛 좋은 개살구' ?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황정일기자] 최근 국토해양부나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잇따라 내놓은 오피스텔 수요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오피스텔의 주 수요층은 혼자 사는 20~30대의 젊은 직장인이고,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오피스텔 면적은 33~50(이하 전용면적) 정도다.

오피스텔은 도시형생활주택 등에 비해 주차가 편리하고 비교적 단지가 커 편의시설이나 보안 등이 잘 갖춰진 덕분이다. 면적 역시 침대와 책상 등을 두고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크기다. 사실 혼자 살기에는 이보다 더 클 필요도 없다.

그런데 요즘 신규 분양 오피스텔은 오피스텔 주 수요층이 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오피스텔 크기가 33㎡도 안된다. 과거에도 33㎡가 안되는 오피스텔이 종종 있었지만 한 단지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도 안됐다.

33~50㎡가 임대수요 가장 많아

하지만 요즘에는 오피스텔 단지 전체가 16~22㎡ 정도로 구성된 경우도 많다. 22㎡면 침대와 책상을 두면 답답할 정도의 크기다. 접을 수 있는 침대 등 시스템 가구가 아니라면 식사도 책상에서 해결해야 한다. 16㎡는 침대만 둬도 답답하다. 사실상 고시원과 다를 바 없다.

오피스텔 주 수요층이 원하는 면적보다 작은 이 같은 초소형 오피스텔은 왜 나오는 걸까.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첫째는 평면의 진화로 공간 활용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평면 설계 기술 발달로 복층형은 물론 더블복층형이 등장하면서 기술적으로 면적이 작아진 것이다.

실제로 22㎡라도 복층이라면 다소 불편하지만 33㎡ 못지 않은 공간을 쓸 수 있다. 아파트 발코니 확장 합법화 이후 발코니 확장으로 전용면적이 확 늘어나면서 주택시장에서 다운사이징(크기를 줄이는 것)이 확산한 것과 같은 이치다.

둘째는 오피스텔 공급 증가, 계속된 경기침체 등으로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예전만 못해진 때문이다. 크기를 더 작게 해 총 분양가를 낮춤으로써 젊은 직장인 등으로의 투자 수요 확대를 노린 것이다.

한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기본적으로 실 수요 상품이 아니라 투자형 상품이므로 계약률, 즉 분양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 문턱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가를 낮출 수 없으니 크기를 줄여 투자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게 만들어 임대사업자 등 기존 오피스텔 투자자는 물론 젊은 직장인 등을 분양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고시원과 비슷한 크기의 초소형 오피스텔은 임대 시장에서 잘 먹힐까.

임차인 자주 바뀌는 문제 등 감안해야

우선 임대 수요 자체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소형 오피스텔을 분양 중인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도시형생활주택과 기존 오피스텔(크기 33㎡ 이상인) 중간 수요 등 1인 가구 증가로 임대 수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임대 수익이다. 소형 오피스텔이 몰려 있는 일산신도시 백석동의 경우 33~50㎡대 오피스텔과 33㎡ 이하 오피스텔 임대료 차이는 보증금이 같다면 월세 10만원 정도다. 보증금이 1000만원이라면 33~50㎡대는 50~60만원, 33㎡는 40~50만원 선이다.

임대료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매매가격도 초소형이 1000만원 정도 싸다. 몸값이 싸므로 얼핏 봐서는 임대 수익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중개업소들은 초소형 오피스텔은 임대수익률을 좀 더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석동 D공인 관계자는 “33㎡ 이하의 경우 주거공간이 사실상 고시원 수준이어서 임차인이 자주 바뀐다”고 말했다. 그만큼 공실 위험이 크고 임차인을 구하기 위한 중개수수료 등 부대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피스텔의 경우 어느 정도 경제력이 되는 직장인 등이 주로 임차하므로 크기가 너무 작아도 임대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수요가 과연 있을지도 의문이다.

주변 임대 수요보다는 분양성에 초점을 둔 경우라면 기대만큼 임대 수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소형의 경우 가급적 복층·더블복층 평면이나 테라스 등 서비스 면적이 넓은 단지를 고르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