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벋던 '新경제' 초라한 뒷면 냉철한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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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혁명과 인터넷의 급속한 성장으로 그 몸집을 부풀리던 '신경제' 는 '세계화' 라는 화두와 더불어 우리가 많은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할 주제다.

『신경제의 신화와 현실』은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욱일승천하는 기세를 보였던 이 '신경제' 에 대한 병리학적 해부서다.

책이 나름대로의 공감대를 넓히는 것은 신경제가 최근 들어 이러저러한 쇠락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이 주목하는 것은 컴퓨터가 실제 산업활동에서 수행한 역할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미미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정보화의 급속한 촉진 등에 힘입어 경기순환의 고리가 끊어졌다는 '신경제주의자' 들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별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신경제 예찬론자들이 내세운 '신화' 들은 이렇다. 컴퓨터 칩은 적어도 내연기관(증기기관) 이나 전기모터(자동차) 만큼 구(舊) 경제 전체를 개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경제가 경기순환을 완전히 종식하지는 못했더라도 이를 감소시켰다는 것.

저자들은 이 두 고리를 중심으로 그 신화가 남긴 '현실' 의 이면을 조명한다.

컴퓨터가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의 실제 지표를 들어 '생산성 발전은 전적으로 (컴퓨터를 쓰지 않는) 내구재 제조업에서 이뤄졌다' 는 점을 지적하고 아울러 컴퓨터를 제대로 이용한 사람들은 개인적 투자와 관련된 주식시세를 찾아보거나 온라인 쇼핑, 전자우편 등을 뒤적인 회사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병리적 해부를 마치고 책이 내놓는 전망들은 심각하다. 신경제의 그늘에 서 있었던 일본과 유럽 등의 국가가 미국에 집어 넣었던 자금을 인출하려 들 때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부(富) 의 양극화와 상대적인 소수의 독점 등 새 환경이 결국 자본 축적과 위기에 따른 현상에 불과하며, 따라서 그 속에 내재한 모순들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책은 덧붙인다.

이 책은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 』(2001년4월) 특집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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