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종교계 인간배아 둘러싼 논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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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최근 인간 배아 줄기(幹) 세포 연구에 대해 연방기금을 제한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인간생명의 시점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줄기세포는 신체 내에 있는 모든 조직을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뼈.뇌.근육.피부 등 모든 신체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만능 세포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배아 줄기세포를 연구에 이용할 경우 당뇨병.심장병.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 많은 난치병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연구목적이 순수하더라도 연구에 쓰이는 재료인 수정란 분열 초기의 만능 줄기세포를 이미 귀중한 인간생명이라고 본다면 얘기는 다르다. 종교계는 한명의 인간이 될 수도 있는 배아를 파괴해야 하기에 모든 줄기세포 연구는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과학자들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생겨난 수정란이나 분열이 끝나지 않은 배아를 ''인격을 가진 생명체'' 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인간생명의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향후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성패가 걸려 있는 셈이다.

◇ 시점 1=로마 가톨릭 등 종교계는 인간생명의 출발점이 정자와 난자가 만나 배아가 되는 순간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때부터 인간과 똑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고 본다.

가톨릭은 그동안 시험관 아기를 만들기 위해 병원에서 보통 8~9개의 배아를 인공수정해 그 중 일부 건강한 배아를 제외한 나머지 배아를 파기하는 관행에 대해선 묵인해 왔다. 그러나 유대교에서는 이미 모체 자궁 밖에서의 배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종교계 내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 시점 2=배아가 하나의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체성을 갖는 시점을 인간생명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난자는 자궁내에서 종종 두개의 배아로 분리돼 일란성 쌍둥이가 되거나 매우 드물지만 2차 분열을 해 네쌍둥이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쌍둥이로 분열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는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인간생명의 출발점을 배아의 분열 가능성이 끝난 뒤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보통 임신 14일이나 수정란의 체내이식 1주 뒤 쯤에 이뤄진다.

◇ 시점 3=밴더빌트대학의 배아학자 브리지트 호건 박사는 배아가 자궁 내에 착상된 뒤 구스코이드(Goosecoid) 와 노긴(Noggin) 등과 같은 특정 유전자가 작동하는 시점을 인간생명의 출발점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 시점은 구체적으로 어느 때라고 집어낼 수는 없지만 보통 임신 14일 이후에나 이뤄지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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