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서 향긋, 혀끝서 매콤 맛있는 악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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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AD(기원 후) 1세기에 살았던 로마의 문인이자 정치가였던 플리니우스는 영양분도 없는 '이것'을 사느라고 사람들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그로부터 1000년이 지난 뒤 유럽에서 '이것'은 은과 같은 값어치를 지녀 화폐처럼 쓰였다. '이것'이 바로 후추다. 지금이야 후추가 값싼 향신료지만, 예전 유럽에서는 무척 귀했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머나먼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했기 때문이다.

향신료는 음식의 맛을 더하고 향을 내며 색을 입히는 '음식의 액세서리'다. 식물의 씨.열매.꽃.잎.줄기.나무뿌리.식물뿌리로 만드는 향신료는 고기 냄새를 없애 맛을 돋우고 소화를 돕는다.

후추.겨자.마늘.고추 등은 한국의 대표적인 향신료다. 최근엔 서양 요리에서 쓰이는 향신료가 한국인 식탁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동.서양의 조리법을 섞은 퓨전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향신료를 찾는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돼지 수육을 만들 때도 로즈마리를 넣는 주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백화점.할인점 등은 서양 향신료 전문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파크.디앤샵.롯데닷컴.신세계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들도 수입식품 코너에서 다양한 향신료를 구비해 놓고 있다. 요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향신료로는 로즈마리.타임.바질 등 서양 요리에 쓰이는 것과 팔각.삐끼누.강황 등 동양 요리에 쓰이는 것이 있다.

이국적인 향신료의 수요가 늘면서 국내 식품업체들도 허브를 이용한 다양한 향신료를 내놓고 있다. ㈜오뚜기는 강황.정향.월계수잎 등 10가지 향신료 제품을 팔고 있다. 농심은 미국의 향신료 회사인 맥코믹이 만든 7종의 '맥코믹 고메 컬렉션'을 판다. CJ는 고기를 찍어먹는 용도로 소금에 허브를 섞은 '허브소금'을 내놓기도 했다. 국산 향신료도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은 수입품이 주류다. 이 때문에 향신료를 고를 땐 유통 기한을 먼저 살펴보고, 특유의 향이 살아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이철재 기자

*** 다양한 향신료 어떤음식에 쓸까

부침개.튀김엔 강황, 갈비찜엔 월계수잎

▶파슬리(사진)=샐러드.수프.파스타.닭 등을 요리할 때 넣는다. 달지 않은 요리와 잘 어울린다.

▶바질=다양한 요리에 두루 쓰인다. 토마토와 잘 어울린다. 피자.스파게티.샐러드.수프 등에 넣는다.

▶오레가노=톡 쏘는 향과 쌉쌀한 매운맛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요리에 꼭 들어간다. 피자를 만들 때 빠지지 않는다. 파스타.샐러드.빵 등에도 사용한다.

▶타임(사진)=치즈나 술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고기나 생선의 비린 맛을 없애준다. 피클.샐러드 등에도 사용한다. 균을 없애고 썩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프란=열매가 아니라 꽃으로 만든 향신료다. 스페인 발렌시아산이 유명하다. 스페인에선 밥 지을 때 넣는다. 수프.과자.케이크.빵의 재료로도 쓰인다.

▶강황=카레의 주원료다. 강황 때문에 카레의 노란색이 나온다. 부침이나 튀김을 만들 때 넣어도 좋다.

▶정향=향이 좋기로 유명하다. 중국요리의 오향(오향장육을 만들 때 쓰는 소스)을 만들 때 빠지지 않는다. 생선조림.스튜 등에 넣는다. 향수.화장품용 오일의 원료이기도 하다.

▶월계수잎=이탈리아 요리에 많이 쓰인다. 양고기 냄새를 없애준다. 각종 차에도 넣는다. 갈비찜에 넣어도 좋다.

▶통흑후추=가루 형태인 보통 후추와는 달리 원두 형태다. 갈아서 스테이크나 수프에 넣으면 좋고, 수정과나 약식에 뿌려도 괜찮다.

▶통백후추(사진)=요리를 해도 검은빛이 나지 않아 밝은 색 음식에 많이 사용된다. 흰살 생선이나 수프 등의 향을 내준다.

▶삐끼누(태국 고추).페페론치노(이탈리아 고추)=한국 청양 고추보다 맵다.

▶팔각=중국 요리에 많이 사용한다. 고약한 냄새를 없애주고 육질을 부드럽게 해준다. 조림.절임 요리에 넣는다.

▶로즈마리=양고기.돼지고기.생선.닭고기 등을 요리할 때, 스튜를 끓일 때, 빵을 만들 때 사용한다. 특히 구운 감자의 맛과 향을 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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