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히딩크감독, 체코감독과 '사제지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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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축구의 자존심을 걸고 한판 대결을벌이는 한국과 체코대표팀의 감독이 한때 '사제지간'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또 다른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올 1월 부임한 거스 히딩크(55) 감독과 98년 2월 체코축구를 재건하라는 명을 받은 이후 3년 6개월 동안 지휘봉을 잡고 있는 요제프 호바네치(41) 감독은 89년 네덜란드의 명문 PSV 에인트호벤에서 각각 감독과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

PSV 에인트호벤에서 코치로 있다가 86년 감독으로 승격되자마자 팀을 세 시즌연속 네덜란드축구 정상에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은 89-90시즌을 앞두고 로날드 쿠만(현재 네덜란드 비테세 아른헨 감독)을 내보내고 호바네치를 영입했다.

히딩크 감독은 리그 4연패를 위해 때로는 리베로로, 때로는 중앙수비수로 한창주가를 올리고 있던 호바네치가 절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에인트호벤은 89-90 시즌 우승하지 못했고 히딩크 감독은 감독직에서 쫓겨났다.

히딩크 감독은 곧바로 터키 페네르바체 클럽으로부터 감독직을 제의받고 지도자생명을 이어갔는데 선수로서 그다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히딩크는 네덜란드최고의 명장으로 부상하다가 축구변방으로 쫓겨난 빌미가 된 한해였다.

반면 호바네치는 두 시즌을 더 에인트호벤에서 보내며 꽃을 피웠다.

히딩크 감독은 "호바네치는 매우 안정된 플레이를 하는 유능한 선수였다. 특히 왼발을 아주 잘 사용했다"고 기억했다.

호바네치 감독도 "히딩크는 아주 뛰어난 감독이다. 한국이 그를 사령탑으로 받아들인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12년 전에는 감독-선수의 관계였는데 이제는 동등한 입장이 됐다"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브루노<체코>=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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