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데이로 “20년 뒤 인간 뇌 1000억 개 뉴런보다 뛰어난 컴퓨터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7일 열린 ‘테크플러스 2012’에서 참석자가 첫 번째 세션이 끝난 뒤 청중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피터 언더우드(미 컨설팅회사 IRC시니어 파트너) 국가브랜드위원회 상임위원, 호세 코르데이로(미래학자) 미 싱귤래리티대 교수, 대니얼 앨트먼(『10년 후 미래』저자)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 오른쪽은 통역. [뉴시스]

거장들의 ‘20분 프레젠테이션’ 마법에 3500여 청중이 흠뻑 빠졌다.

 7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의 SK핸드볼경기장. ‘테크플러스(tech+) 2012’ 개막 2시간 전부터 청중이 몰렸다. 행사장 무대와 천장에선 화려한 띠 전광판들이 돌아가며 ‘세상을 바꾸는 생각들(ideas changing the world)’이란 슬로건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이날 사용된 무대·음향 장치만 35t. 푸른빛 조명 아래서 거장들의 강연은 한바탕 축제가 됐다.

‘기술, 미래의 디딤돌이 되다’는 주제로 진행된 첫 번째 프로그램의 강연자는 미래학자 호세 코르데이로(50). 그는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노란색 미키마우스 그림의 넥타이에 머리엔 ‘쇠로 된 띠’를 두르고 나왔다. 그는 머리띠가 “사람의 생각을 읽는 장치”라는 유머로 청중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는 기술 발전이 바꿀 세상의 변화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시작은 ‘컴퓨터의 진화’였다. 공책만 한 과거 메모리 장치를 들고 나와 “40년 전만 해도 이랬는데 지금은 손가락만 해졌다”며 “20년 뒤엔 인공지능 발달로 컴퓨터가 인간 뇌의 1000억 개 뉴런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몸을 던져 준비한 강연 자료도 주목받았다. 자신의 지놈(유전자 정보) 지도를 직접 들고 나왔다. “앞으로 내가 어떤 병에 걸릴지 이걸 보면 다 나와 있다. 예방법도 더욱 빨리 찾게 될 것이다.” 코르데이로 교수는 “나노·생명공학·정보통신(IT)·인지과학의 네 분야에서 융합이 활발히 일어나는 걸 주시하라”며 합성생물학을 예로 들었다. 예컨대 지난해 인간이 박테리아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컨설팅 회사 IRC의 시니어 파트너인 피터 언더우드(56)는 한국에 쓴소리를 던지면서도 시종일관 유머 섞인 화법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그는 등장과 함께 유창한 한국어로 “내 한글 이름은 원한석”이라고 소개했다. “원래 원주 원씨인데, 연희동 연씨로 불러 달라” 혹은 “이상한 양놈 말이라고 무시하면 섭섭하다” 등의 능란한 말솜씨로 폭소와 박수를 이끌어냈다. “한국의 미래를 전망해 달라”는 질문에는 “사실 방법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은 위기 때마다 매번 극복해 왔다. 결과는 이미 (잘되는 쪽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해 다시 갈채를 받았다.

 이날 두 번째 프로그램 ‘예술적 상상력, 기술로 꽃피우다’에선 ‘증강현실’ 전문가인 맷 밀스가 등장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스마트폰 앱 ‘아우라스마’를 선보였다. 와인과 잔이 있는 그림을 스마트폰으로 찍은 뒤 액자를 회전시키자 전화기 화면에선 와인이 잔에 따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이 안에 모든 세상이 들어올 수 있다”며 “스마트폰이 뇌와 비슷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상상력을 현실로 가능케 하는 앱”이라고 말했다.

 본행사에 앞서 특별 연사로 나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명작의 조건’을 화두로 황룡사 9층 목탑, 추사 김정희의 글씨, 단원 김홍도 그림을 넘나드는 강연을 펼쳤다. 그는 “장인정신의 미학은 ‘디테일’이 아름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사체처럼 ‘원칙을 떠나지 않으면서, 동시에 원칙에 구애받지 않는’ 독창성이 명작을 낳는다”고 강조했다.

 홍석우 장관이 소개한 ‘넥타이의 교훈’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영상 연설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에게 선물받은 파란 넥타이를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 새겨진 ‘세상 빈곤을 없애는 것이 우리 꿈’(Our Dream is a World Free of Poverty)이란 문구를 실현하는 게 김 총재의 꿈이라고 얘기하더라. 한국 젊은이들의 기술과 상상력이 이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올해 4번째인 테크플러스는 사전 예약이 꽉 차는 바람에 1500여 명이 표를 구입하지 못했다. 로이터·ABC·CBS 등 외신 130곳도 기사로 소개, 국제적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행사장에선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세우는 학생들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정종범(동두천외고 중국어과 1학년)군은 “이공계 대학에 가려는 친구 20명과 함께 왔다. 컴퓨터 공학자가 꿈이다. 지금 첨단도 우리가 어른 되면 구식이 될 거다. 이번 강연에서 한 가지 현상을 여러 측면에서 보는 능력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준술·김혜미·이지상 기자

테크플러스 테크(TECH)는 기술(Technology)·경제(Economy)·문화(Culture)·인간(Human)의 앞 글자다. 거장들과 대중의 소통을 추구하는 신개념 ‘지식콘서트’로 올해 4회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