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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해법 찾기] 문제의 핵심 바로 보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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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도 예상하지 못한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상의 큰 손실을 입었다.

그래서 일기예보의 정확성 문제가 또 시빗거리로 등장한 바 있다.

하기야 뉴욕의 나비 한마리의 날갯짓이 우리나라를 휩쓸게 될 태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기상학의 '카오스' 이론과 '나비효과' 를 믿는다면 정확한 일기예보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건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기예보에 못지 않게 어려운 것이 경기예측이라고 한다면 경기예측과 경제전망이 흔히 빗나가는 것 자체도 크게 문제삼을 일은 못된다고 하겠다.

최근에 실물경기가 크게 위축되는 기미를 보이게 되자 국내외 전문 연구기관과 국제기구들은 올해 우리 경제 전망치를 하향 수정 발표함과 아울러 경기회복 시기에 대해 연초보다 회의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당초 전망이 빗나가게 된 정확한 분석과 진단에 근거한 적절한 정책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 예견된 경기둔화 도미노

물론 당초 전망이 빗나가게 된 데에는 대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 먼저 대외적 요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둔화다.

지난 2분기의 미국 경제가 8년 만의 최저인 0.8%의 성장에 머물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의 주종 수출품인 반도체와 컴퓨터 등 소위 정보화 관련기술(IT)제품 비중이 50% 이상 되는 대미수출에 차질이 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지난해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즉 지난해에 근 5%에 달하는 고도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 경제가 올해 들어와서 '상당한' 성장속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임은 지난해에 이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중론으로 돼 있었다.

단지 그 조정이 '경착륙' 혹은 '연착륙' 이 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지속됐던 미국의 IT관련 투자붐을 고려할 때 경.연착륙과 관계 없이 앞으로 상당 기간 그와 같은 붐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 또한 중론이었다.

따라서 미국 경기둔화가 특히 우리 경제에 미치게 될 악영향은 예견된 사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기본 성장잠재율로 볼 수 있는 5~6% 수준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한 대전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추진될 분야별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대내외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도 금융과 기업부문에는 국제적 관심사항이 될 만큼 큼직큼직한 구조조정 사안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부실 정리를 위한 공적자금 투입 결과 사실상의 국영기업화된 주요 시중은행의 자율화와 민영화에 대한 명확한 방안도 나와 있지 않다.

시장기능에 의한 진정한 '상시퇴출제도' 는 금융의 자율이 보장될 때 가능한 것이 아닌가. 노동부문은 어떠한가. 무엇보다 먼저 법과 원칙 그리고 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건전한 노사관계 조성과 노동시장의 신축성 제고를 위한 정부의 강한 정책적 의지가 담긴 가시적인 노력이 미진했던 것도 사실 아닌가.

*** 선거용 부양책 남발 안돼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동시에 내놓은 한국 관련 보고서에서 '미온적 부실정리' 와 '느린 구조조정' 을 한국 경제의 활력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고 있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은 것임이 분명하다.

이 시점에서 당장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구조조정을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에 있음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구조조정의 원활화를 위해 불가피한 보완책으로서의 경기보완적인 거시경제정책 운영, 그리고 사회안전망 강화와 근로자 산업 재배치를 위한 재정지출을 적절히 늘려 나가는 것은 물론 바람직스러운 것이다.

특히 선거철을 앞둔 정치권 주도로 단기적인 경기부양 우선적인 시책들이 남발되는 일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공 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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